인천 ‘붉은 수돗물’ 사고도 결국 인재…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

입력 2019-06-18 10:39 수정 2019-06-18 11:30
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돗물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뉴시스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고도 결국 인재였다. 무리하게 수계를 전환(정수장의 급수구역을 변경하는 것)하면서 적수(赤水) 사고가 발생했고 인천시의 초동 대처 미흡으로 화를 키웠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수돗물 적수 사고에 대해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반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이 참여해 4개팀 18명으로 구성했다. 지난 7일부터 사고원인 조사에 들어가 정상화 방안,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했다.

인천 수돗물 적수발생사고는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정수를 수계전환해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천시는 평소 공촌정수장에서 영종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 자연유하방식으로 공급하던 것을 수계전환하면서 가압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역방향으로 수계를 전환할 때는 관 흔들림, 수충격 부하 등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방향 수계전환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한 후 정상상태가 되었을 때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나가야 한다.

<자료 : 환경부>

그러나 유량을 1700㎥/h에서 3500㎥/h로 늘리면서 유속이 오히려 역방향으로 2배 이상 증가(0.33m/s→ 0.68m/s)했다. 이 과정에서 관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져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검단·검암지역으로 공급됐고 초기 민원이 발생했다.

5시간 후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되면서 기존의 공급방향으로 수돗물을 공급했지만 이미 물때와 침적물로 오염된 관로 내 물은 영종도 지역까지 공급됐다.

환경부 김영훈 물통합정책국장이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수돗물 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하고 있다.

환경부는 초기 민원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서지 못하면서 사고를 키웠다며 인천시를 질타했다.

‘국가건설기준’의 상수도공사 표준시방서를 보면 상수도 수계를 전환할 때는 수계전환지역 배관도, 제수밸브(송수관과 배수관 등의 관로에 사용하는 밸브), 이토밸브(관이 관 안에 고이는 물질을 배출시키기 위해 설치하는 밸브), 공기밸브 등에 대한 대장을 작성한 후 현장조사를 해야 한다. 이때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물이 흐르기 전에 대책을 수립해 해결해야 한다.

또 수계전환 작업을 할 때는 유수방향의 변경으로 인한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토밸브, 소화전 등을 이용해 충분한 배수를 실시해야 한다.
<자료 : 환경부>

제수밸브를 서서히 작동해 유속변화에 의한 녹물·관로내부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녹물 등이 수용가에 유입되지 않도록 충분한 배수작업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녹물 발생 방지를 위한 충분한 배수, 밸브 개폐 작업시 주의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시는 수계전환 전 수돗물 대체공급을 위한 공급지역 확대방안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각 지역별 밸브 조작 위주로만 계획을 세우는 데 그쳤다.
또 밸브 조작 단계별 수질 변화에 대한 확인계획은 수립하지 않아 탁도 등 사고를 유발한 이물질(물때 등)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여기에 북항분기점의 밸브를 개방할 때 유량증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정수탁도가 0.6NTU로 먹는 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했지만 정수장에서는 별도의 조치 없이 공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환경부 김영훈 물통합정책국장은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시간(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