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맞짱>은 정치권에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제를 놓고 찬반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코너입니다. <이슈맞짱>팀은 각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을 한 명씩 찾아가 주장을 듣고 각 주장을 영상 대담 형식으로 편집해 독자 여러분께 보여드릴 겁니다. ‘맞짱’의 최종승자가 누가 될지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번 <이슈맞짱> 주제는 ‘법인세 인하’와 ‘확장적 재정정책’입니다. 최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하’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2017년 여야 합의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깎자는 겁니다. 낮은 법인세→기업 활동 활성화→고용 창출의 ‘낙수효과’를 살리자는 것이 ‘법인세 인하론’의 핵심입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실효세율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며 법인세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같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제민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최근 민주당 워크숍에서 중장기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문재인정부의 복지 공약,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원해야 하다 보니 ‘감세’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당은 국민과 기업의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세금 논쟁’을 조기에 촉발하는 것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유리하다는 판단입니다. 국민일보는 여야 셈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17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을 만나 ‘법인세 인하’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법인세 인하론에 대해서 민 의원은 “낙수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현상 유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추 의원은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법인세 인하를 통해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끌어와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서도 추 의원은 “고령화에 따라 납세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 정책은 국가 재정에 지나치게 악영향을 미친다. 자칫하단 역대급 ‘먹튀 정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민 의원은 “여유가 있을 때 돈을 써야 고령화에 대비할 수 있다”며 상반된 인식을 내놨습니다. 한번 보시죠.
①법인세 내려야 하나?
인상된 법인세 적용도 안 됐는데 내리자? vs 높은 법인세로 기업들 해외 이탈
민병두=한국당의 법인세 인하 주장은 정치 공세다. 2017년 여야 합의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은 올해부터 적용돼 내년에 과세가 된다. 아직 시행조차 되지 않은 법인세율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다시 내리자는 것은 무리가 있다.
추경호=주요 선진국들의 법인세 최고세율 수준은 21%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올랐다. OECD에 가입한 35개국 중 19개 국가가 최근 법인세를 내렸다. 미국(최고 세율 21%) 영국(19%) 일본(23%)뿐만 아니라, 복지국가라 불리는 스웨덴(20%)도 법인세를 내렸는데 한국만 거꾸로 간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해야 고용도 늘어나는데, 높은 법인세 때문에 해외로 이탈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하는 필요하다.
②한국 법인세 수준 적정한가
한국 기업의 99.6%는 21% 이하의 법인세율 vs 0.4%의 대기업이 높은 세율 적용받는 게 문제
민병두=물론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법인세를 낮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OECD 국가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 20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10개국은 우리와 같은 법인세율을 갖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경쟁 국가들은 같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1%로 낮췄다고 하지만 우리 기업의 99.6%는 이미 21% 이하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추경호=0.4%의 대기업이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의 고용과 투자가 대기업에서 일어나는데, 99.6가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주장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잘돼야 그 아래에 있는 중소기업, 협력 업체들도 발전할 수 있다. 대기업은 나쁘고, 중소기업은 착하다는 이분법적인 시선으로는 경제 못 살린다.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기업 법인세는 ‘단일세율’로 과세한다. 기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보니 이를 사회적 공기(公器)로 보는 것이다. 소득세는 부자일수록 많이 내는 구조이지만 기업에 걷는 세금은 그래선 안 된다.
③각종 공제 제도로 대기업 실효세율이 중소기업보다 낮다는데
이분법적인 접근 지양해야 vs 법인도 많이 버는 쪽이 많이 내야
추경호=실효세율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실효세율이 더 낮다. 자꾸 대기업 중소기업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국민 통합한다면서, 정책으로는 ‘갈라치기’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성공한 국가들이 어떻게 했는지 그걸 배워야 한다.
민병두=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산업을 활성화하라는 의도에서 대기업의 세금을 각종 공제 제도로 감면해준 거다. 그런데 역진 현상이 심해져 오히려 중소기업이 역차별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인도 소득세처럼 과세 형평성에 맞게끔 누진적으로 세금을 물게 하는 게 필요하다.
④낙수효과 작동하고 있나
MB정부 때 법인세 내렸지만 고용 투자 안 늘어 vs 기업들 왜 해외로 떠났나 생각해봐야
민병두=법인세를 내려서 투자와 고용이 늘었다는 검증된 예는 없다. MB 정권 때 법인세를 대폭 내렸지만, 투자 고용 증대 효과는 없었다. 투자는 규제, 시장 수요, 기술개발 등의 요소가 결합돼서 나타나는 것이지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무조건 늘어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증가시킨 부분에 대해서 세금을 공제해주는 것이 현실적이다.
추경호=시장개방으로 낙수효과가 더뎌진 것은 사실이다.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있으니 투자를 늘려도 국내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기업들이 해외로 떠났나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 기업 환경이 더 좋으니까 나가는 거다. 결국 해법은 최적의 기업 환경을 조성해 국내에 기업이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⑤민주당 증세 검토는?
민병두=당 차원에서 증세를 검토한 바는 없다. 하지만 세금을 올리지 않고 어떻게 그 많은 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겠나.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원론적인 이야기다. 추후 지하경제 양성화, 기업 활성화를 통해 충분한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아기울음소리들으세(稅)’, ‘국가소멸방지세’ 등에 대한 논의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⑥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 쓰겠다는데
저출산 고령화 시대 앞두고, 정부지출 늘렸다간 재정 건전성 위협 vs 저출산 고령화 대비하기 위해선 돈 써야
추경호=우리 재정에 여유가 있으니까 돈을 많이 써도 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60%까지 가도 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말 한심한 주장이다.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한국이 확장적 재정정책만 고수하다간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난다.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OECD 평균의 두 배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 재정 수준이 괜찮다고 해서 돈을 막 쓰다간 역대급 ‘먹튀 정부’로 자리매김한다.
민병두=일본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결과 출산율을 1.4까지 끌어올렸다. 국가가 돈을 써서 납세 가능 인구를 늘린 것이다. 여유 있을 때 불을 끄고 싹을 피게 해야지만 미래의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미래에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고 싶어도 못 쓴다. 돈도 쓸 때가 있는 법이다.
추경호=정부가 돈을 잘 쓸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인 집단에게 돈을 많이 쓰라고 하니 단기일자리 같은 곳에 돈을 쏟아 붓는 사태가 벌어지는 거다. 정부가 선한 의지를 갖고 세금을 잘 써서, 일자리도 만들고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사고방식은 좌편향적 사회주의 이념에 사로잡힌 경제 운용 방식이다.
민병두=확장적 재정정책은 국제통화기구(IMF)가 권고한 것이다. 그럼 한국당은 IMF를 사회주의 기구라고 하는 것인가. ‘먹튀 정권’이 되지 않도록 미래세대에게 안전판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충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예방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급격히 늘었다. 추 의원의 말은 스스로 먹튀 정부의 고위 관료였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
⑦상대방을 향한 마지막 한마디
기재부 청와대에 쓴소리해야 vs 한국당 법인세 인하 주장하기에 앞서 국회부터 복귀해야
추경호=기획재정부가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도 기재부 관료 출신이지만, 과거에는 기재부가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기재부가 정부 정책에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면 청와대가 오해하게 된다. 힘들겠지만 기재부가 중심을 잡아 달라.
민병두=한국당의 국회 등원 거부로 300명 국회의원과 2000명의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다. 기업 현장에 가서 보면 각종 규제 완화 법들 통과시켜 달라고 아우성이다. ‘경제 프렌들리(친구)’를 주장하는 정당이 ‘경제 에너미(적)’가 되고 있다. 법인세 인하 주장하기 전에 국회 등원해서 일부터 하는 게 먼저다.
영상편집·사진=차인선 PD
심우삼 신재희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