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홍문종 의원이 ‘태극기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 반응이 싸늘하다. 탈당 규모가 40~50명에 달할 것이라는 공언과는 다르게 과거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됐던 의원들까지 홍 의원 비판 대열에 합류하면서 힘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당 일각에선 홍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무리하게 탈당을 권유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홍 의원은 17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모든 태극기 세력을 아우르는 가칭 ‘신공화당’을 창당하기로 했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한국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애국당도 홍 의원을 앞으로 만들어질 신당의 공동 대표로 추대하면서 보조를 맞췄다.
앞서 홍 의원이 애국당 주최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한국당 탈당을 선언했을 때만 하더라도 후폭풍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황교안 체제’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른 데다 “12월이 되면 40~50명이 동조 탈당할 것”이란 홍 의원의 발언이 더해져 ‘친박 연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과거 홍 의원과 같은 계파에 속했던 의원들까지 홍 의원과 선을 긋고 나서면서 이달 내로 출범할 ‘태극기 신당’의 앞날도 불투명해지게 됐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통전)’은 성명서를 통해 “개인의 영달이 우파 통합과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막아서는 안 된다. 홍문종 의원은 더 이상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과 행동을 삼가길 바란다”며 홍 의원의 탈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통전은 지난해 8월 출범한 범친박 성향 의원들의 모임으로 소속 의원들 중 상당수가 주요 당직에 임명돼 지도부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었던 김태흠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선배님의 탈당과 창당선언은 보수우파를 공멸시키는 것이고 문재인 좌파독재 정권의 장기집권을 돕는데 촉매 역할을 할 뿐”이라며 “불가피, 당을 떠나시려면 혼자 조용히 나가셔야지 추가 탈당을 언급해 당을 흔들어 대는 것도, 대의명분도 가치도 없이 사지(死地)에 함께 하자는 것도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TK(대구·경북)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다수 의원에게 거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홍 의원이 사실과는 다르게 일부 의원들이 탈당한다는 식으로 동료 의원을 설득하는 등 무리수를 뒀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도 당분간 ‘홍문종 신당’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굳이 신당을 언급하며 체급을 키워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홍 의원의 탈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자유우파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신당이 출범해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굳이 신당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무시로 일관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