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 운동, 광화문 촛불집회처럼 우리도 시민의 힘으로 홍콩 민주주의 지켜내고 싶다”

입력 2019-06-17 17:39

16일 저녁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출구 앞으로 재한(在韓) 홍콩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하얀 국화와 리본을 검은 상의 왼편에 꽂고 마스크를 쓴 채였다. 이들은 곧 ‘반송중(返送中) 범죄인 중국 송환 반대’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 줄로 늘어섰다. 40여명의 참가자들은 2시간쯤 묵언 시위를 벌이고 인근 공원까지 행진한 후 집회를 마쳤다.

직장인·유학생을 포함한 홍콩인 100여명이 참여한 ‘재한 홍콩인 반송중 응원행동’이 서울 시내에서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 광화문 촛불집회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한국처럼 홍콩 정부가 시민의 뜻대로 법안을 철회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집회엔 50~150명의 홍콩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지난 15일엔 홍콩인과 한국인 100여명이 지지 서명도 했다. 집회를 모은 홍콩인 장카렌(31·여)씨는 “한국인들에 사건을 알리기 위해 자비로 피켓을 제작하고 집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겐 한국의 민주화 역사가 동력이 되고 있었다. 장씨는 “한국인들이 5·18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민주화를 이뤄낸 것처럼 홍콩도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 4년차인 직장인 신디(30·여)씨도 “촛불집회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하고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뤄낸 한국인들이 부러웠다”며 “점점 자유가 사라지고 있는 홍콩이지만 이번엔 한국처럼 시민의 목소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많은 한국인들이 근처에서 집회를 지켜봤다. 고등학생 때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성모(18·여)씨는 “촛불집회가 성공한 것처럼 홍콩에서도 꼭 법안이 철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27·여)씨도 “시위 영상을 보며 우리 과거사가 떠올라 가슴 아팠다”며 “마음이라도 함께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신디씨는 “어제도 한 한국 분이 과일과 과자를 두 손 가득 전해 주셨다”며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한국인들이 홍콩 상황을 더 잘 이해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하며 다시 마스크를 썼다. 경찰이 발포한 최루탄 가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 홍콩 현지 시위자들과 연대한다는 의미다.

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