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부른 홍콩 시민들도 종북인가”

입력 2019-06-17 10:21 수정 2019-06-17 11:04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홍콩 집회 현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한국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린 것을 두고 ‘홍콩 시민들도 그럼 종북(從北)’인가라고 되물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제창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 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2017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국민일보DB

하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른 홍콩 시민들도 종북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 찬양곡’이 아니라 ‘민주화 행진곡’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보고 떠오른 분들이 있다”면서 “몇 년 전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의 김일성 찬양하는 종북노래이기 때문에 5‧18 (기념식)때 제창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던 분들”이라고 적었다.

하태경 페이스북 캡처

지난 14일 저녁 홍콩 도심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렸다. 지난 12일 홍콩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한국의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로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 등을 본 홍콩인들은 이 노래를 알 것”이라고 소개한 뒤 노래를 불렀다. 참가자는 특히 노래 2절을 한국어 가사 그대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하 의원은 “이분들이 홍콩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면서 “홍콩 시민들도 종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보수 일각에선 여전히 김일성 찬양곡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이 보여주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 행진곡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금지하기보다 평양으로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북한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금지곡”이라면서 “홍콩 거리에서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언젠가는 평양에서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고 썼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다.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저항하다 숨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78년 노동활동을 하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박기순씨를 위해 만들어졌다. 소설가 황석영씨와 전남대생 10여명이 82년 윤상원씨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 소식에 두 사람의 넋을 위로하는 노래극을 만들었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래극의 마지막 합창곡이었다. 당시 전남대생이었던 김종률 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작곡했고 가사는 황석영씨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옥중 장편시 일부를 차용해 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 작곡자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제공

임을 위한 행진곡은 9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부터 제창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매년 5‧18 기념식을 찾아 노래를 불렀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가보훈처는 2009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합창으로 바꾸었고 2011년에는 제창을 금지했다.

2016년 5월18일 광주 국립518 민주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 문구가 적힌 손푯말을 들고 있다. 국민일보DB

보훈처는 ‘원하면 따라 부르라’고 했지만 2015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승춘 보훈처장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2016년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다.

2013년 5월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문제로 식이 끝나고 박대통령이 퇴장하자 유족들이 구호를 외치며 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이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이고 북한의 통일노래 100곡집에 수록됐으며 ‘임’이 김일성을 지칭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