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범행 전 친아들 성씨를 재혼한 현재 남편의 성씨로 바꿔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씨는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달 18일 제주에 들어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함께 제주시내 한 놀이방을 찾은 뒤 방문기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들의 이름을 실제 성씨와 다르게 적었다.
방문 기록은 고유정이 직접 작성했고, 고씨는 전 남편 강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성씨를 ‘강씨’가 아닌 ‘H씨’로 바꿔 적었다. ‘H씨’는 2017년 11월 고유정과 재혼한 현재 남편의 성씨다.
법적으로 재혼한 남편 호적에 아들을 등록하려면 전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고씨는 이를 무시한 채 바꿔서 기록했다. 친아빠의 존재를 부정하고, 원활한 가정생활을 꿈꾼 정황이 포착된 부분이다.
전 남편은 소송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얻으려 오랜 기간 노력하는 등 아들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만큼 고씨가 재혼한 남편의 호적에 자신의 아들을 올리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고유정이 생각하는 가족은 현 남편과 전 남편의 자식, 자신 등 3인이어야 완벽한 가족공동체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전남편에게 뺏길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고, 만약 고유정이 현 남편의 아들을 죽였다고 한다면 그 빈자리를 전남편의 아이로 채우려는 피의자의 사고 흐름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지난 12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현재 남편 H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아들 A(4)군을 살해했다며 고유정을 살인 혐의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