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초등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보습학원 원장의 형을 감형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는 지난 13일 성폭력처벌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보습학원 원장 이모(35)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이씨에 대한 정보를 5년간 공개·고지하도록 했고,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과 보호관찰 5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감형의 이유로 이씨가 폭행·협박을 가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 판사 파면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재판부의 감형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다. 청원은 16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4만8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미성년자 아동을 상대로 강간을 한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란데, 합의에 의한 관계였고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감형을 한 서울고등법원 형사 ○부 ○○○ 판사의 판결에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폭행은 물론 모든 성범죄에 대한 우리나라의 처벌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 판사들의 존재도 한 몫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아동과의 관계를 합의라고 인정할 수 있느냐. 그것도 11살짜리 아이를 상대로 술을 먹이고 묶어서 강간을 했다”며 “피해자의 진술 역시 아이라는 이유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청원인은 또 “가해자들의 감형은 피해자들에게는 2차 가해나 다름없다”며 “우리나라 사법부는 가해자들에게 너무나도 관대하다.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숨어 지내고 가해자들은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 썩어빠진 세상을 만든 건 ○○○ 같은 판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 판사 파면을 시작으로 이 나라의 사법부가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확실하게 하는 사법부로 거듭나길 바란다. 꼭 ○○○ 판사를 파면시켜달라”고 적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채팅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난 A양(당시 10세)을 집으로 유인해 소주 2잔을 먹이고 양손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뒤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이씨는 A양과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으며 나이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양의 말은 달랐다. A양은 이씨가 폭행·협박했고, 두려움에 떨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씨가 폭행·협박으로 A양을 억압했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A양을 폭행·협박했다는 증거는 A양의 진술이 유일하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진술만 가지고 폭행·협박으로 간음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17일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청을 적극 권유했으나 피해자가 증인신문에 임하지 않아 법정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경찰에서의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취지의 판결로, 공소사실의 축소사실인 미성년자의제강간죄만 유죄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