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1~2년 늦어지더라도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의 지불능력을 높일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용노동부 기자단과 만나 “불과 2년 전 대선 때 후보 5명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 2020년까지 1만원 달성은 깨졌지만 적어도 한두 해 늦어지더라도 1만원 수준까지 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주장하며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노총이 1만원 달성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기 싸움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모든 경제문제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산입범위도 확대되면서 일부 상쇄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데 있다고 봤다. 그는 “지불능력을 높이려면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하,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수수료 해소, 원·하청 불공정거래 해결 등이 있어야 한다”며 “(그에 대한) 법과 제도가 절실한 시기라 보인다”고 설명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서는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ILO에 가입했을 때, 또 경제협력개발(OECD) 가입 당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때 정부가 약속했던 것이고 기업도 동의했었다. 그걸로 한국이 상품을 더 수출하는 게 사실이지 않으냐”며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에서 비준에 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영계가 주장하는 ‘조건부 비준’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주고받는 부분들은 등가의 교환이어야 하는데, 한국 노동상황은 아직도 열악한 곳이 많다. 등가의 교환이 아닌 노동계 양보만을 원한다면 그런 교환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방어권’에 대해서는 “ILO 핵심협약과 직접적 관련도 없는 것을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파행을 겪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관련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가 내 주장만 하게 되면 대화는 더 진전하기 어렵다”며 “경영계도 그렇지만 계층별 위원들도 좀 더 큰 과제들을 보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동계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의 ‘보이콧’에 대해선 “하루빨리 경사노위로 돌아와 논의에 참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