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매출, 30대 청년 영농창업가들이 꼽은 성공 키워드는 ‘공존’

입력 2019-06-16 11:02
지난 14일 전남 구례 토지면 지리산피아골식품 연구소에서 김미선(35·여) 대표가 영농형 창업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제공=농림축산식품부

“상생과 공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발 600m에 위치한 전남 구례 토지면. 지난 14일 지리산 피아골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김미선(35·여) 지리산피아골식품 대표는 귀농 성공의 첫 조건으로 ‘상생’ ‘공존’을 꼽았다. 인근 주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재료로 구매했다. 아예 자신의 매장에서 함께 판매하고 소개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6년째 마을 이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김 대표는 “창업했을 때만 해도 시기·질투하는 이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리 미선이가 더 잘 돼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고로쇠 된장’을 개발한 김 대표가 현 회사를 창업한 시점은 2011년에 이르러서다. 3명의 동료들과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는 “콩까지 재배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며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집중한 장류 제조·유통업은 김 대표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비싸게 팔테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최상급 재료만 사용해 제조한 제품은 미국까지 입소문이 퍼졌다. 지난해 7명으로 늘어난 직원들과 함께 올린 매출은 7억원. 이들 중 일부는 창업이라는 다음 목표를 꿈꾼다.

지난 13일 경남 하동 악양면 소재 에코맘산골이유식 쇼룸에서 발표하고 있는 오천호(39) 대표. 제공=농림축산식품부

김 대표보다 뒤늦게 2013년 농식품 창업에 나선 오천호(39) 에코맘산골이유식 대표도 비슷한 의견이다. 상생이 귀농 차업의 선결 조건이라는 것이다. 13일 경남 하동 악양면 본사에서 만난 오 대표는 귀농의 가장 큰 문턱인 텃세를 넘기 위해 “동네 어른들게 인사부터 잘했다”고 말했다. 하동군 청년회의소 부회장 등 본 사업 외에 지역 일도 맡았다. 지역민들을 고용하고, 가격 폭락에 갈아엎는 작물이 있으면 수매해 자신의 제품을 판매할 때 사은품으로 지급했다.

지역 민심을 얻은 이후 사업도 번창했다. 4명이서 시작했던 이 업체는 지난해 기준 44명까지 고용을 늘리고 매출액도 70억원을 기록했다. 지역 내에서 나는 작물로 만든 이유식이 프리미엄 시장에 먹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입소문을 활용했다. 2015년에 3% 지분을 투자한 SK그룹도 마케팅 방식을 컨설팅해줬다. 오 대표는 “청년 농업은 아이디어가 필수”라고 한다.

이들과 같은 청년 영농형 창업 성공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존을 기치로 걸고 지역과의 유대 형성을 선결 과제로 삼았다. 직접 작물을 기르는 대신 식품 제조나 유통에 주력했다. 농촌 사회가 취약했던 신선한 마케팅에 승부수를 던졌다. 여기에 정책적 지원이 더해졌다. 김 대표와 오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각종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귀농 취업자이 늘어나는 현상은 이런 성공 사례의 뒤를 잇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상승세를 그린다. 2017년 6월부터 24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보다 늘었다. 김 대표는 “농촌에는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다 같이 커야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구례·하동=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