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하고 유기한 고유정(36)의 현 남편 A씨 측이 “아이 죽음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호소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이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라며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경찰은 A씨만 수사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초동수사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건은 지난 3월 2일 벌어졌다. 2017년 재혼한 A씨와 고유정은 자신들의 아이를 각각 부모님의 집에 맡기고 둘이서 충북 청주에 살림을 차렸다. A씨는 한국 나이로 6살인 아들과 오래 떨어져 사는 게 마음이 쓰였다. 그는 고유정의 동의를 얻어 지난 2월 28일 아들을 청주로 데리고 왔다. 고유정의 아들도 곧 합류할 계획이었다. 사흘 뒤 자고 일어나니 아들은 숨져 있었다. 부검 결과 질식사라고 했다. 당시 A씨와 아들이 침대에서 함께 자고 있었고, 고유정은 다른 방에 있었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매체는 “A씨가 ‘눈을 떴을 때 내 다리가 아들의 위에 올라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A씨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면서 “경찰이 ‘당신의 다리가 아이의 몸 위에 올라갔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정정했다. 고유정의 범행이 드러나고 아이의 질식사에 관심이 쏠렸던 사건 초기에도 청주 경찰은 A씨의 과실치사에만 집중했다.
아들이 죽고 3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도 수사는 진전이 없다. A씨 측은 “경찰 초동수사에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 고유정은 지금까지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11일 제주지검에 의견서를 보냈고, 우편으로는 고유정에 대한 살인혐의 고발장을 냈다. 아들의 죽음을 밝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A씨 측에 따르면 아들이 사망하기 전날인 3월 1일 고유정은 A씨에게 차를 한 잔 건넸다. A씨는 이 음료를 마신 뒤 평소보다 더 깊이 잠에 들었다고 주장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이는 숨을 쉬지 않았다. A씨는 10년 동안 응급구조를 해온 베테랑 소방관으로 아이의 상태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얼굴 주위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사람이 사망한 뒤 나타나는 시반도 보였다.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경찰은 오히려 “그것만 보고 어떻게 아이가 죽었는지 단정할 수 있었느냐”며 그를 의심했다. 고유정이 장례 과정에는 참석하지 않고 납골당에만 잠시 모습을 보인 것도 이상하고 서운했다는 게 A씨 측의 주장이다.
A씨 측은 “고유정이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며 “사망한 전 남편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 아들을 잃은 상태라 섣불리 나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이라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도 아직도 내가 아이의 몸에 다리를 올려놨을 수도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철저하게 다시 수사해 아이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