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내주 경기 ‘정점’ 여부를 공식 판정한다. 정부가 경기 정점을 찍으면, 정점 이후는 공식적으로 하강 국면이 되는 셈이다. 경기 판단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GDP(국내총생산)의 추이를 볼 때 한국 경제가 꺾인 정점은 대략 2017년 2~3분기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2017년 꺾인 후 올해 바닥을 치고 있는지, 바닥에 머물고 있는지, 반등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 정점 여부를 판정하는 국가통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회는 오는 17일 열린다. 현재 한국 경제는 공식적으로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된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경기 순환기는 저점→정점→저점을 한 주기로 하는데, 11순환기 정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통계위원회가 이날 경기 정점을 정할지, 정점 시기는 언제로 할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다.
경제 지표상으로만 보면, 한국 경제의 경기 정점은 2017년 2~3분기로 추정된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5월(101.0)과 2017년 9월(101.0)을 찍고 하락세를 보여왔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GDP 기준으로는 2017년 3분기(3.8%)가 정점이다.
다만 통계청이 ‘경기 정점’을 공식적으로 찍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기 정점을 찍기 이르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 정점과 그 시기를 공식화할 때까지 평균 36개월이 걸렸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에 경기 정점을 찍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정점과 더불어 ‘저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경기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1개월 만에 동반 하락을 멈추면서 ‘경기 반등’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실물 지표 또한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산의 경우 지난 4월까지 2개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또한 증가폭은 둔화되고 있지만 완만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수출은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투자 또한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주장과 아직 이르다는 주장, 바닥에 계속 머물 수 있다는 ‘L자형 침체’ 전망까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4일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3개월 연속 경기 부진을 언급했지만 실물지표 부진에서 ‘생산’은 제외했다. 또 소비는 부진 실물지표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9일 보고서에서 ‘반등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세를 멈추면서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와 설비투자 지표에도 개선 움직임이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근 경제가 재침체와 반등의 갈림길에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경기 선행지수에서 한국은 23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 선행지수는 3~6개월 가까운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 11일 OECD가 발표한 4월 선행지수 지표에서 한국은 98.76으로 전월 대비 또 하락했다. 한국의 경기 선행지수는 당초 지난 1월 반등하면서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OECD가 통계를 보정하면서 다시 하락세로 조정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 전환 신호가 발견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기관별 시각이 다르게 나타날 정도로 미·중 분쟁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에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해 예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와 관련해서도 완만하게 둔화, 증가세 유지 등 시선이 엇갈린다”며 “정부 판단은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그 속도는 작년보다는 느린 상태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