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희호 여사 추모식에선 한 목소리

입력 2019-06-14 11:20 수정 2019-06-14 11:43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14일 고 이희호 여사의 사회장 추모식에서 만났다. 국회는 공전 중이지만, 이 자리에서만큼은 5당 대표들이 한 목소리로 이 여사를 추모했다. 개인적 인연을 회상하는 추모사도 있었다.

문 의장은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된 추모식에서 “당신께선 불모지와 같았던 이 땅에서 제1세대 여성운동가로 활동하셨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높이는 데 평생을 애쓰셨다”며 “또한 한평생 민주주의 운동가였다. 1971년 대선에서 ‘만약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는 다짐은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신념과 확신의 상징이었다”고 회고했다.

문 의장은 이어 “당신께서 평생을 통해 보여주신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함과 인내는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민주화 운동의 어머니로서 존경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며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정의,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생을 바쳐 온 힘을 다해 노력하셨다”고 했다.


문 의장은 과거 이 여사가 선거 지원을 해줬던 추억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여사님께선 젊은 시절의 우리 내외를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선거 기간이면 지원 유세를 오셔서 ‘아들 같은 문희상, 조카 같은 문희상’을 도와달라고 호소하셨다”며 “아마도 80년대, 새끼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정권의 핍박을 받으며 접경지역 선거구에서 뛰던 저를 많이 안쓰러워 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제 영원한 동행을 해 온 동지였던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이 자리에 존경하는 이희호 여사님을 보내드리기 위해 모였다”며 “한 달 전쯤 여사님 병문안을 갔을 때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영면하셔도 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개인적 인연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저는 1980년 김대중 대통령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을 때,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 불굴의 의지로 그 위기를 헤쳐나가시는 여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동교동에서 아침마다 당직자들에게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을 챙겨주시던 모습이 다시금 새롭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 여사님의 삶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라며 “일평생 오롯이 민주주의와 인권수호의 길을 걸었던 이 여사님의 영전에 깊이 머리 숙여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했다. 황 대표는 “마지막으로 남긴 여사님의 말씀이 국민 모두의 마음에 큰 울림이 되고 있다. 그 뜻 깊이 새기겠다”며 “국민 행복과 나라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으겠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희호 여사님은 여성운동의 선각자로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 향상 그리고 복지사회를 향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드셨다”며 “정치가 실종되고 경제와 안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여사님이 내거신 연합 정치는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회고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희호 여사님을 여사님이라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라고 부르겠다”며 “선생님께서 우리 국민에게 두루 씨앗을 남겨주셨다. 저도 작은 씨앗 하나 가슴에 품고 키워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김 대통령님 만나서 평안히 지내시라”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고통받는 이들과 한편에 서느라 고단하고 신산했던 삶이지만, 여사님은 끝끝내 용기를 놓지 않았고,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북화해의 중요한 메신저로 한반도평화의 초석을 다지는 데 애쓰셨다”고 추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