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동고가 친일잔재 청산 운동에 동참했다. 교가 교체를 통해 교육 현장에 남은 친일 흔적을 지운 것이다.
광주 대동고는 13일 오후 교내 1층 시청각실에서 재학생과 학부모, 교사, 동문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교가 발표회’를 했다.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은 김동진(1913~2009)이 작곡한 기존 교가 대신 허걸재 작곡가(국립합창단 전임작곡가)가 만든 신교가를 합창하며 친일잔재 청산에 동참했다.
신교가는 밝고 경쾌한 행진곡풍으로 미래지향적인 기상이 잘 드러나고 애국애족의 의지와 지역 정서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동고는 올 초 기존 교가 작곡가인 김동진이 친일 음악가였다는 지적에 따라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다음 4개월간 교가 바꾸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공모와 편곡 작업을 거쳐 친일잔재 교가를 바꾼 학교는 광주 광덕중·고에 이어 광주 대동고가 두 번째다.
김태중 학생회장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친일 교가를 교체한 것에 대해 재학생들이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신교가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김동진은 1913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1938년 3월 일본고등음악학교를 바이올린 전공으로 졸업한 후 만주국 수도 신징으로 진출했다. 이후 1938년 11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신징음악협회 관현악부 바이올린 단원으로서 작곡가와 지휘자, 신징교회 성가대에서 지휘자 겸 성악가로 활동한다.
친일행적은 이 시기부터 시작됐다. 1942년 5월 ‘대동아전쟁의 의의를 철저하게 관철할 가요 등을 보급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만주작곡연구회(만주작곡가협회 전신) 회원으로 가입한 그는 같은 해 6월 일본어 교성곡 ‘조국찬가’ 1악장을 발표했다.
43년 1월에는 직접 작곡한 (만주국) 건국 10주년 경축곡과 건국 10주년 찬가를 지휘·발표했다.
두 곡은 오족협화(일본 조선 만주 중국 몽고인)와 왕도낙토의 만주국 통치이념, 일본 대동아공영 건설을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진은 이 공로로 만주국 문교부대신상을 수상했다. 1945년 3월에는 전만합동교향악단 바이올린 단원으로 만주 전역을 돌며 공연하다 45년 8월 소련군이 만주국에 들어오자 신징을 떠나 평양에 도착해 해방을 맞는다. 1950년 6·25전쟁 때 월남해 2009년 7월 31일 사망했다.
광주 대동고 관계자는 “학교의 정체성을 올바로 세우고 일제 잔재를 지우기 위한 작업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2월 TF팀을 꾸려 교가를 교체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