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한번 던져보라”던 한 마디, 이우찬의 야구인생을 바꿨다

입력 2019-06-14 05:02 수정 2019-06-14 05:02
지난달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LG 이우찬(왼쪽)이 류중일 LG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LG 트윈스 이우찬(27)은 올 시즌 개막전 명단에 들어 불펜으로서 시즌 첫 6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중요한 좌완 계투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2일부터는 임찬규의 부상, 배재준의 부진 등으로 인해 선발로까지 나섰다. 선발로 나선 첫 경기부터 5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후 8년만에 첫승을 따낸 것을 포함 5경기 모두 2실점 이하로 막아내는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하고 있다.

이우찬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 시즌 활약 비결로 자신의 강점인 직구의 적절한 활용을 들었다. 이우찬의 직구는 최고구속이 148㎞에 달하는 강속구인데다 컷패스트볼 궤적을 띄어 변화가 많다. 대투수 출신인 이강철 KT 위즈 감독도 그의 직구에 대해 “이우찬의 직구를 치다보면 땅볼이 많아져 쉽지 않다”는 평을 내린 바 있다.

이우찬은 “최일언 LG 투수코치님의 지시대로 하체 밸런스를 잡고 던지니 좋은 공이 들어가고 있다”며 “내 공이 무브먼트가 많은 편인데 이를 최대한 활용해 피안타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노력이 보답을 받아 올 시즌 이우찬의 피안타율은 0.193으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최 코치는 그의 영상을 체크하고 1대 1 수업도 자주 해 줄 만큼 신경 써서 그를 지도하고 있다.

단 무브먼트가 많은 만큼 제구를 잡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그의 단점은 다수의 볼이다. 선발로 나선 경기당 볼넷이 평균 4개로 많은 편이다. 이우찬은 “앞으로 많은 이닝을 던지기 위해서는 볼 개수를 줄여야한다”고 다짐했다. 또 “아직 덥지도 않아서 힘들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며 “선배 선발투수들에게 적절한 휴식 방법을 배워가며 한 시즌을 잘 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우찬=LG 제공

어느덧 선발 전환이 한달이 된 만큼 선발투수로서도 한 단계 성장했다. 지난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볼넷을 무려 7개나 내주고도 위기 상황에서 잘 막아내며 6이닝 1실점 호투했다. 투구수는 생애 최다인 118개였다. 특히 마지막 이닝인 6회에는 위기를 맞고도 류중일 감독이 ‘더 던지라’는 손동작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우찬은 “나도 바뀔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몸은 무거웠지만 1-1 동점이었던 만큼 꼭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우찬은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인 2라운드 15번 지명을 받고 2011년부터 LG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6년이 돼서야 겨우 1군 경기에 나섰다. 그나마 원아웃도 잡지 못하고 홈런 1개를 포함 2피안타 2볼넷으로 4실점하며 무너졌다. 2017년 이영재에서 이우찬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해 1군 3경기에 등판했지만 역시 0.2이닝 동안 4실점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우찬=LG 제공

이우찬은 “나름 상위지명자로서 자신에게 기대가 컸는데 야구가 잘 되지 않아 어린 나이에 실망과 좌절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2군에서는 나 정도면 고참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선수들도 많다”며 “지난 겨울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에게 드디어 행운이 따랐다. 시범경기 기간 동안 잠실구장 사정으로 LG 1군이 2군 구장인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이천을 찾은 최 코치가 ‘던지는 게 보고싶다’며 이우찬을 불러냈다. 일생일대의 기회에서 이우찬은 LG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이우찬은 “운이 정말 많이 따랐던 것 같다”며 “코치님이 그때 내 공을 좋게 봐주시고 많은 기회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별다른 실적이 없던 이우찬이 개막전 명단에 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 코치의 한마디가 그의 야구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다. 이우찬은 “저를 알아봐시고, 기회를 주신 최 코치님은 정말 제 인생의 은인”이라고 감사를 돌렸다.

이우찬은 한화 이글스의 코치이자 전설적인 투수였던 송진우 코치의 외조카다. 이우찬은 “고등학생때도 외삼촌께 많이 배웠다”며 “평소 한화와 경기할 때는 불펜에서 만나 내게 많은 격려를 해 주신다”고 전했다. 또 이름이 같은 차우찬도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며 “글러브도 챙겨주시고, 선발 루틴도 알려주신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우찬(오른쪽)과 LG 주전포수 유강남=LG 제공

어느새 꿈에 그리던 1군 첫승도 거둔 것 뿐만 아니라 LG의 핵심 선발 자원이 됐다. 이우찬은 “원래는 풀타임으로 버티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 선발로 나선 만큼 끝까지 선발로 뛰고 싶다. 내가 던질 때 팀이 많이 이기면 좋겠다”며 “3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영광이겠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