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틀 연속으로 국회 ‘공개 저격’

입력 2019-06-12 10:00 수정 2019-06-12 10:00

청와대가 12일 청원 답변 형식을 빌려 이틀 연속 국회를 공개 저격했다. 전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해산 청원을 두고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복기왕 정무비서관은 이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청원에 대해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도, 어떤 중대한 상황이 벌어져도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원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국민들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에 대해 정의롭지 않은 구태정치라고 청원한 이유”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떠난 상황에서 청와대 정무라인이 연속으로 국회에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복 비서관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청원 답변에서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국회가 대답해야 한다. 현재 계류 중인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이 이번 20대 국회를 통해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이번 청원을 통해 국회와 국회의원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소환제는 국민투표, 국민발안과 더불어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부분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수용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주권자인 국민이 투표를 통해 임기 중인 선출직 공직자를 그 직에서 퇴직시키거나 임기를 종료시키는 방식이다. 국민소환제는 여러 선진국에서 대의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복 비서관은 “국민소환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이후”라며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확산되면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하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 파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은 직접민주제를 대폭 확대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안해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제도화하려고 했다”며 “안타깝게 지금껏 논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국민소환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정치가 인기영합주의로 흐를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주민소환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경험으로 볼 때 그 위험성은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소환 요건과 절차 등의 구체적 사안을 법률로 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복 비서관은 또 “노무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를 이루고자 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의 정신인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국회의원만 견제받지 않는 나라가 특권이 없는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공전하고 있는 국회를 걱정한다.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주권자의 입장에서 일해주기를 갈망하고 있다”며 야권에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협조 등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국내를 비운 사이 청와대가 이틀 연속 국회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보수 야당과의 갈등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그간 5당 대표 회동 등을 추진하면서 국회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은 여야를 넘어 국회와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정무라인이 ‘야당 심판론’에 이어 국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하면서 야권에서는 “대화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 귀국 이후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을 비롯한 협치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