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이 17시간 넘는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 사장은 증거인멸이나 지분 재매입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청사를 빠져나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11일 오전 9시쯤 정 사장을 불러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서 벌어진 분식회계 증거인멸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한 뒤 다음날 오전 2시30분쯤 귀가시켰다. 정 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와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삼성 수뇌부가 참석한 회의를 주재하며 증거인멸을 공모·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린이날 회의는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에 따른 형사 고발 등 예정 조치 내용을 삼성바이오에 통보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이 회의의 성격이 분식회계 수사를 그룹 차원에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5월 10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 부회장 주재로 회의가 열린 사실도 주목하고 있다. 이 회의에 정 사장과 김 대표,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정 사장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청사 앞에 대기하던 취재진이 “증거인멸 지시한 거 인정하냐”는 물음에 정 사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대기하던 차량에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증거인멸이나 지분 재매입 등이 보고됐냐”는 질문에도 정 사장은 대꾸하지 않았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오른팔로 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수장이다.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학교 동문으로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사장을 상대로 증거인멸뿐 아니라 분식회계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고 보고 추가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증거인멸에 관여한 혐의로 삼성전자 부사장 3명과 삼성 관계자 8명을 구속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