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들이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의 맹공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번에도 스리백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2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19 U-20 폴란드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에서 1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이 FIFA 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오르더니 또다시 역사를 썼다.
한국은 3-5-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정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꾸준히 들고나온 대형이다. 고재현, 김세윤이라는 깜짝 선발카드도 있었지만 후방 수비수들은 그대로 익숙한 얼굴이 출전했다. 이광연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이재익, 김현우, 이지솔이 스리백을 구성했다. 세 명의 수비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보이며 에콰도르 공격수들의 발을 꽁꽁 묶었다. 덕분에 한국은 전반 39분 최준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당초 에콰도르를 상대로 스리백을 가동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에콰도르의 가장 큰 무기가 측면 공격이기 때문. 수비라인을 내리면서도 측면에서의 부분 전환 능력이 뛰어난 팀이다. 측면에서 유연한 움직임을 지닌 이들을 상대로 3명의 수비수가 빈 곳을 모두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왼쪽 날개인 알렉산더 알바라도와 중원에 위치한 조르단 레사발라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로 평가된다. 에콰도르 공격의 핵심과도 같다. 장신의 최전방 공격수 레오나르도 캄파나 역시 언제든지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다.
기우였다. 정 감독은 기존 경기와 달리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는 운영을 펼치지 않았다. 전반전에는 공격적인 승부수를 두며 라인을 끌어올려 전진했다. 이지솔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던 세네갈과의 8강전에 이어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였다. 이재익과 김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선수의 호흡은 좋았다. 후반전 동점골을 위한 에콰도르의 맹공이 시작되자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과정에서도 뒷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골키퍼 이광연 역시 동물적인 선방 능력을 잇달아 과시했다. 에콰도르는 후반 중반이 넘어선 시점에서 완전히 중원 장악력을 가져오며 파상 공세를 퍼부었으나 이광연이 지키는 골망을 뚫어낼 수 없었다. 특히 득점으로 연결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마지막 공격을 막아냈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총공세에 나선 에콰도르는 속공으로 한국 문전까지 전진했다. 왼쪽에서 올린 빠른 크로스를 받은 캄파나가 헤딩으로 볼의 방향을 바꿨다. 가속도가 붙은 공은 오른쪽 골문을 향했지만, 이광연은 침착했다. 정확히 공이 날아드는 위치로 뛰어들며 쳐내는 데 성공했다. 실점했다면 연장으로 이어지며 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 이광연의 결정적인 선방이 팀을 구했다.
다음 상대는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다. 한국은 오는 16일 새벽 1시 폴란드 우치에서 사상 첫 우승을 노린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