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의 서머 시즌이 심상치 않다.
아프리카는 ‘2019 우리은행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대회 1주 차에서 1승1패(세트득실 +0)를 기록,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얼핏 보면 평범한 성적이지만, 상대가 지난 스프링 시즌 결승 무대를 장식했던 두 팀이다. 6일에는 그리핀에 1대 2로 패하고, 9일에는 SK텔레콤 T1 상대로 2대 1 승리를 거뒀다.
여름은 봄과 다를까. 첫 주 차는 기대 이상이었다. 선전 밑바탕에는 넓은 챔피언 폭이 있다. G2 e스포츠가 세계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성적이 부진하면 궁여지책이지만, 준수하면 기상천외다. 정글러 케인, 원거리 딜러 애니, 서포터 자르반 4세 등을 선보였던 아프리카는 이번 시즌에도 다양한 챔피언을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님이 쓰고 싶은 대로 쓰셔도 될 거 같아요.”
때로는 겸손함이 최고의 스웨그(Swag)다. 오프 시즌 취재 당시 ‘기인’ 김기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만한 대표 챔피언을 하나 골라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고심 끝에 내놓은 답변이다. 지난 시즌에만 18개 챔피언을 사용했으니 말에 토를 달기가 어렵다.
“기본적인 챔피언부터 차곡차곡 연습해야 독특한 챔피언도 다룰 수 있다”고 말하는 김기인의 챔피언 폭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SKT전에서는 3판 모두 아트록스를 플레이했지만, 그리핀전에서는 제이스, 니코, 블라디미르라는 각기 다른 성격의 챔피언들을 다뤘다.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은 올 시즌 6세트 동안 모두 다른 챔피언을 사용했다. 기존 원거리 딜러 챔피언으로는 카이사, 베인, 자야, 바루스를 골랐다. 비(非) 원거리 딜러 챔피언으로는 야스오와 소나를 선택했다. 이중 소나로는 상대 이즈리얼의 포킹을 무력화하는 조합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미드라이너 ‘유칼’ 손우현의 챔피언 폭도 정통파 AP 챔피언과 AD 챔피언을 넘나든다. 올 시즌에는 사일러스(2회) 외에 탈리야, 아지르, 이렐리아, 야스오를 각각 한 번씩 사용했다. 비시즌에 만나 “지난 시즌 어려움을 겪었던 원인 중에 메타 문제도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메타와는 상관없다. 내 문제가 컸다”고 답했다. 그게 사실이었음을 개막과 동시에 증명했다.
당시 손우현으로부터 ‘굉장히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kt 롤스터 때는 제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됐다. 형들이 떠받쳐주는 느낌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팀원을 이끌고 가야 했다. 이제 ‘판을 짜는 능력’ 등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알아차렸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스프링은 저 자신에 대한 실망감도 컸던 시즌이지만, 저 자신에 대한 확신도 컸던 시즌이었어요. 아마 스프링을 무난하게 넘어갔다면 서머 시즌이든, 내년이나 내후년이든 언젠간 무조건 터졌을 문제였어요. 그게 이번 스프링에 터진 게 저 자신한테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예요.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스스로에게 확신이 있어요.”
아프리카는 손우현을 차세대 리더로 낙점했다. 손우현이 그 역할을 얼마나 수행해낼 수 있는지에 따라 올여름 아프리카의 성적도 갈릴 것이다. SKT전 당시 LCK 아레나에서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입에 모터라도 달린 듯 쉴 새 없이 떠들었다. 3세트가 시작되기 전 이미 500㎖ 물 페트병 1개 반을 비웠다.
소위 ‘우르르 메타’로 불리는 단체 행동에 대한 이해도도 돋보인다. 대만에서 G2가 그랬듯, 상대보다 머릿수가 많은 싸움을 한다. 오프 시즌 아프리카의 최우선 과제는 팀워크 다지기였다. 봄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이로 인해 자신감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하나처럼 움직이자’는 피드백이 나왔다. “힘을 합친다면 성적은 따라온다”는 결론을 내놨다.
“작년에 혼자 게임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올해는 팀적으로 많이 움직이는 스타일이 되고 싶어요. 원래는 제가 조금 더 이득을 보고 싶어 했는데, 이제는 제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팀이 이득을 보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김기인, 지난달 16일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목표는 항상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이겠지만, 사실 성적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다른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하나로 힘을 합칠 생각을 한다면 성적은 따라온다는 생각을 했던 스프링 시즌이었어요. 얼마나 신뢰가 단단해지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릴 거예요. 지금 상태로는 그 누구보다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손우현, 지난 29일 팬미팅 후 인터뷰에서)
강점은 강점대로 키웠고, 약점은 약점대로 보완했다. 아프리카의 여름이 심상치 않다. 아프리카는 이번 주 한화생명e스포츠(12일 1경기)와 킹존(15일 1경기)을 만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