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해산 청원 靑 답변에…한국·바른미래 “선거 개입” “오만한 청와대”

입력 2019-06-11 14:50 수정 2019-06-11 15:11

청와대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준엄한 평가”라는 답변을 내놓자 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국회 파행의 책임을 전적으로 야당 측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통한 심판론을 거론한 데 대해 “청와대가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정당해산 청구에 대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답변과 관련해 “한마디로 선거운동과 다름없다”며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더니 정무수석까지도 전면에 서서 야당을 궤멸 시켜야 할 대상, 심판의 대상으로 언급한 것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계속되는 이러한 태도가 우리 정치와 국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면서 “강 수석 발언은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평소 청와대의 오만함을 다시 한 번 보는 것 같다”는 논평을 냈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의) 정당과 국회에 대한 평가는 신중하고 가급적 삼가야 함에도 주저함이 없다. ‘제왕적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해산 청구는 실제 정부가 청구에 나설 것이 아니라면 청와대가 시시비비 답변할 수 있는 사안 자체가 아니다”며 “이를 계기로 청와대가 청원의 의의를 평가하고 정당과 국회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피력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 청원마저 정치색 위주로 흐르고 특정 세력의 ‘세몰이’나 정파 간 과도한 ‘쟁투의 장’이 됐다”며 “청와대의 이번 답변은 적절한 거름망이자 자정 역할은커녕 청와대까지 덩달아 싸움에 가세한 꼴”이라고도 했다.

강 수석은 이날 오전 공개한 청원 답변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몫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183만(한국당 해산 청원)과 33만(민주당 해산 청원)이라는 숫자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며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하신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면서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국민청원 답변 형식을 빌어 총선에서 야당을 심판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게 한국당 등의 판단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