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홍콩에서 100만명의 반(反)정부 시위를 촉발했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다. 미국이 정부 공식 문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기를 든 데 이어 또 한 번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지속적인 침식은 홍콩이 국제사회에서 오랫동안 확립해온 특수 지위(special status)를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홍콩의 평화시위는 범죄인인도법 개정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며 “우리는 이 법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인권, 기본적 자유, 민주적 가치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홍콩인들의 우려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홍콩의 민주화 지도자로 꼽히는 마틴 리 전 민주당 주석을 만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대해 “홍콩의 법치주의를 위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위원회는 이법안이 홍콩을 중국과 구별되는 독립체로 간주하고 무역 등 경제 관계를 맺도록 한 홍콩정책법(1992)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선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며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 보고서에는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국가들”이라며 “신뢰할 수 있고 능력 있는 미국의 파트너들”이라고 나와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할 당시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