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가 백선엽 장군 앞에 무릎 꿇고 한 말

입력 2019-06-11 08:15 수정 2019-06-11 13:0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25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황 대표는 현충일 기념사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의 항일 공로를 인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황 대표는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군사편찬연구 자문위원장실에서 백 예비역 대장을 예방했다. “백 장군님께서 우리 국방의 초석을 다지셨다”고 한 황 대표는 “6‧25 남침 때 장군께서 제일 마지막 전선을 지켜주셔서 우리가 다시 밀고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이후에도 계속 북진하고 수복하고 나라를 지키는 굳건한 장성이 되셨던 것을 우리 국민은 다 잘 안다”고 한 황 대표는 “유엔군이 많이 도와주셨지만 우리 안에서도 장군님 같은 용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켜낼 수 있었다. 다부동 전투에 대해 젊은 사람들도 내용을 많이 안다”고 부연했다.

이에 백 장군은 “안보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안보는 한 단체와 한 개인뿐 아니라 전 국민과 혼연일체가 돼 추진해야 하고 이것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당부에 “장군님의 업적이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나라가 굳건히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황 대표는 “북한군 창설에 기여했고 6‧25남침 주범 중 한 사람인 김원봉이 우리 국군의 뿌리가 됐다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어 저희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 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황 대표는 또 “백 장군님이 우리 군을 지켰고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이 명백한데 김원봉이라는 사람이 군의 뿌리가 된 것처럼 말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그렇게 말해선 안 될 장소에서 말을 잘못했다. 김원봉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백 장군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짧게 대응했다. “우리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정도”라고 답했다. 황 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김원봉의 서훈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대척점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백 장군은 창군 원로로 다부동 전투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워 6‧25전쟁의 영웅으로 불릴 만큼 김원봉과는 대척점에 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20년생인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32세의 젊은 나이로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돼 국군을 지휘했다. 6‧25전쟁 초기부터 북한에 밀려 후퇴하면서도 편제를 유지해냈고, 낙동강 전투에서도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는 말로 병사들의 사기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백 장군이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군을 잔혹하게 토벌한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는 점에서 친일행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도 백 장군을 친일행위자로 발표했다. 백 장군도 본인의 회고록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김원봉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지만 광복 후 월북해 북한 정권수립에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김원봉 선생의 서훈 추서와 관련해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 기준을 거론하며 “서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백 장군의 친일행적 논란에 대해서는 “군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러나 큰 틀에서 이분이 우리나라 국방과 안보를 지켜왔다는 점을 그대로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부분에서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