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6·25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100) 장군을 예방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안보 정당 이미지 부각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 북축 공훈자로 알려진 ‘김원봉’을 언급한 데한 응수 성격도 있어 보인다.
황 대표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군사편찬연구 자문위원장실에서 백 장군을 만나 “6·25 전쟁 당시 ‘다두봉 전투’에서 제일 마지막 전선을 지켜주신 덕분에 우리가 다시 (수복하러)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 나라를 지키는 굳건한 장성이셨던 것을 국민은 잘 안다”고 말했다. 다두봉 전투는 1950년 8월 대구에 진출하려던 북한군을 물리치고 낙동강 전선을 지킨 전투다.
백 장군은 “나라에 조금이라도 공헌하고, 국가 방위에 진력을 하고자 했지만, 모든 것이 다 아직까지 마음에 들게 큰일은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장군님께서 우리 국방의 초석을 다지셨다”고 말하면서 문 대통령의 김원봉 발언 얘기도 꺼냈다. 그는 “북한군 창설에 기여하고 6·25 남침의 주범 가운데 한 명인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가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6·25로 희생된 가족들에게, 그것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될 장소(국립현충원)에서 김원봉 얘기를 한 것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등으로 말했다.
이에 백 장군은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는 정도”라고 짧게 언급했다.
황 대표는 “장군님의 뜻을 잘 알고, 나라를 튼튼하게 다시 세워낼 수 있도록 정말 목숨을 거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이어갔다. 백 장군은 “세월이 빨리 흘러서 100년이 갔지만 신념 만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계속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장군은 황 대표에게 저서 ‘백선엽의 6·25 징비록’도 선물했다.
1920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백 장군은 광복 후 월남해 6·25 전쟁 때 참전했으며, 국군 1사단장, 1군단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등을 지냈다. 경남 밀양 출생으로 월북한 김원봉과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백 장군은 일제 간도특설대 복무 경력 탓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이 올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예방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백 장군이 친일 행적으로 비판을 받는 부분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과정 중에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이 분이 안보를 지켰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 다른 부분을 폄훼하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