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1시쯤 찾은 부스 앞은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학생들이 몰려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먼저 온 순서대로 번호표를 배부해야 했다. 부스를 운영한 전문 요리사들은 올해 이 학교 미래플러스대학 호텔외식경영학과에 입학한 신입생들이다. 19학번 유동민(25)씨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호텔 더 플라자 일식당에서 일했다. 한식 양식 중식 등 5개의 조리기능사와 사케 소믈리에 경영사 자격도 보유했다. 유씨가 캠퍼스 안에선 보기 힘든 전문 요리사 복장을 한 채 왼손에 밥을 살포시 쥐고 연어를 얹었다. 토치로 연어의 겉면만 살짝 익히자 지켜보던 학생들이 환호했다. 유씨는 “우린 돈을 벌고 있지만 아직 학생인 선배님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축제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부스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가 준비한 초밥 400인분과 전 500인분은 부스를 운영한 30~31일 이틀 동안 매진됐다.
부스 한쪽에선 다른 신입생이 전통주를 짜내고 있었다. 신입생이지만 백발 머리에 태극기 달린 검정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오히려 교수님에 가까웠다. 한국양조연구소 부회장 김성이(58)씨다. 김씨는 지난해 한국 문화예술협회 명인으로 인증받았고 올해 한국 식문화 세계포럼 대가로 선정됐다. 그는 “오늘 축제에서 선보일 술은 빚은 지 4주가 지났다”며 “우리 술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선배님들께 우리 술의 맛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성대 호텔외식경영학과 축제 부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대학 주점 생태계를 파괴했다”거나 “제대로 경력 있는 신입이 들어왔다”며 환호했다. 음식을 맛본 재학생들도 감탄했다. 재학생 김진수(가명·21)씨는 “여태까지 대학 축제 부스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맛”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성대 ‘미래플러스대학’ 신입생이다. 평생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현업 종사자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사업이다. 늦깎이 신입생들도 대학 생활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유씨는 “다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힘들어하고 있지만 즐겁게 추억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노광현 한성대 기획처장은 10일 “주점 포스터가 며칠 사이에 크게 화제가 돼 학교 측에서도 놀랐다. 평생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어울리는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