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이른바 ‘IT 빅4’ 기업들이 의회 로비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내에서 IT업계의 사업 관행이 공격받기 시작하자 IT기업들이 로비에 점점 더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로비와 정치자금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응답하는 정치센터(CRP)’는 구글이 지난해 미국 의회를 상대로 가장 많은 로비 자금을 쓴 미국 기업으로 지목했다고 미 CNBC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글은 2170만 달러(약 257억원)를 로비에 써서 이 분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09년 400만 달러(약 47억원) 수준이었던 로비 자금이 9년 새 5배로 뛴 것이다. 특히 로비에 많은 돈을 투자했던 보잉, AT&T 등 기존 기업들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아마존도 지난해 1440만 달러(약 170억원)를 써서 같은 기간 8배 증가했다. 페이스북은 1260만 달러(약 149억원)를 썼는데 9년 전보다 60배 늘었다. 빅4가 지난해 쓴 로비자금을 합하면 5500만 달러(약 647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지출액인 2740만 달러(약 324억원)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빅4는 올해 로비 자금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로비에 390만 달러(약 46억원)를 썼다. 아마존이 회사 역사상 최대의 로비자금을 지출했던 지난해 4분기 기록을 다시 한 번 뛰어넘은 것이다.
인력도 대폭 보강했다. 올해 1분기 4개 업체는 총 238명의 로비스트를 등록했다. 페이스북은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캐틀린 오닐을 고용했다. 구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부 차관보를 지낸 숀 맥로린과 함께 일한다. 아마존은 아예 연방거래위원회(FTC) 전직 관리를 고용했다.
빅4가 로비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궁지에 몰린 현재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미 법무부와 FTC는 최근 IT 빅4를 향한 반독점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4개 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IT기업 해체론까지 주장했다. 최근 수년간 영향력이 커진 빅4는 사업 관행이 철저하게 조사받을 날에 대비해 로비자금을 늘려왔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CNBC가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