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것을 두고 게임 개발자들이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5개 게임업계 종사자 단체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의학계의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게임 중독 논문들이 사용하는 중독 진단 척도가 20년 전 개발된 인터넷 중독 진단 척도를 사용하고 있다”며 “또 사회과학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 개발자와 종사자로서 게임 질병코드의 섣부른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성명에서 지적한 부분은 2013년 보건복지부의 예산으로 개발된 게임 중독 진단 척도 기준(IGUESS)이다. 1998년에 개발된 인터넷 중독 진단척도 문항을 그대로 번안한 수준에 불과한 데다 평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자가 문진을 해도 잠재적 위험군 혹은 고위험군으로 나올 정도로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심각한 오류를 가진 진단 기준을 기반으로 지난 2014년 이후부터 수백 편에 달하는 게임 중독 연구 논문들이 나왔다”며 “수년간 해당 논문에 사용된 연구비만 250억원이나 정부 예산으로 집행됐다”고 비판했다.
또 국내 게임 중독 연구 논문들이 한쪽으로 편향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게임 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국내 게임 과몰입 관련 논문 중 89% 이상이 게임은 행위 중독의 요인이라는 논조의 프레임에서 시작된 의도적 논문”이라고 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같은 시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권에서는 52%가 게임 중독 혹은 게임 질병 코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논문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제안한 것은 게임 중독 관련 논문의 양적 확장보다 질적 개선이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돼 의료 현장으로 이어진다면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유발될 수 있다”면서 “게임은 건전한 놀이이자 영화나 TV, 인터넷, 쇼핑 같은 취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의 건전한 놀이나 취미 활동이 과하다고 질병으로 취급하면 제2, 제3의 게임 질병코드가 개인의 취미 생활을 제약할 것”이라고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