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3루 이어 1루도 구멍?’ 잇단 돌려막기…실책 남발

입력 2019-06-10 15:30 수정 2019-06-10 15:37

지난 6일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울산 경기다.

한화는 1-2로 뒤진 상황에서 장진혁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했다. 정은원이 3루쪽 기습 희생번트를 댔다. 3루수 문규현이 급하게 잡아 1루에 송구했지만 1루수 허일은 번트 수비를 위해 앞으로 들어왔다가 귀루하지 않고 있었다. 공은 당연히 뒤로 빠졌고, 주자들은 한 베이스씩 더 진루했다. 롯데는 3실점하면서 결국 이날 경기도 내줬다.

공식적으론 문규현의 송구 실책이 주어졌지만, 허일의 수비 책임이 컸던 플레이였다. 전문 1루수였다면 재빠르게 1루 베이스로 돌아가겠지만 경험이 적은 허일은 그러지 못했다.

지난 8일 롯데와 KT 위즈의 수원 경기다. 5회말 KT 선두타자 강백호가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유한준이 3루수 땅볼을 치자 문규현은 이를 잡아 1루에 송구해 유한준을 아웃시켰다. 이때 강백호는 2루를 돌아 3루로 뛰었다. 롯데 1루수 오윤석은 황급히 3루로 송구했지만 타자와 겹치면서 공이 뒤로 빠져 1점을 또다시 헌납했다. 그리고 패했다.

9일 경기에서도 오윤석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놓치는 실책성 안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오윤석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1루수로 가장 많이 뛴 선수는 채태인(37)도 이대호(37)도 아닌 오윤석(27)이다. 45경기에 나와 238이닝을 소화했다. 실책은 3개다. 오윤석의 주 포지션은 2루수다. 오윤석은 카를로스 아수아헤(28)에 이어 2루수에도 두 번째로 많이 기용됐다.

오윤석에 이어 채태인이 36게임에 출전해 209.1이닝을 수비했다. 실책이 없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이 계속되면서 1루 수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대호가 8경기 62이닝을 소화하며 실책을 기록하지 않았다.

정훈도 6경기에서 24이닝을 1루수를 맡아 실책 1개를 기록했다. 이밖에 전병우 5경기, 허일 5경기였다.

대부분 1루수 자리는 거포를 배치한다. 수비가 떨어지더라도 장타를 치는 타자를 선호한다. 롯데도 지난해까진 그랬다. 그러나 채태인이 잦은 부상으로 빠지고 이대호가 체력적인 문제로 지명타자에 고정배치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1루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자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좌타자가 늘어난 KBO리그에서 잡아당기는 좌타자의 공을 이들이 막아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정교한 플레이에서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롯데가 아수아헤를 내보내고 영입하려는 외국인 타자 역시 전문 1루수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1루수 수비가 되지 않으면 지명타자 이대호와 겹칠 수 있다. 또 한번 외국인 영입 실패로 귀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