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로부터 사기 등의 피해를 입은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44)이 큰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박은 과거에도 조울증(양극성 장애) 등을 앓으며 소속사로부터 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산 바 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매니저 김모(59)씨는 해외 유학파였던 유진박의 한국 데뷔를 도운 인물이다. 김씨와 유진박은 1990년대 전성기를 함께하다가 계약이 만료되며 결별했다. 이후 이들은 2009년 유진박이 매니저 A씨로부터 감금·폭행 등을 당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재회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유진박은 김씨와 함께 재기를 노렸다.
유진박과 김씨의 모습은 2017년 한 지상파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한 집에서 생활하고, 공연을 위해 전국 각지를 함께 도는 등 각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현재 유진박의 재산을 몰래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기연 MBC PD가 올해 초 유진박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던 중 이와 관련된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센터)가 MBC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김씨를 사기, 업무상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센터는 고발장에 김씨가 유진박 명의로 1억8000만원에 달하는 사채를 몰래 빌려 썼고, 출연료 5억600만원을 횡령했으며, 유진박의 부동산을 낮은 가격에 팔아치워 시세 대비 차액만큼 손해를 끼쳤다고 적시했다.
성 PD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유진박은 김씨를 ‘내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며 “(김씨가 내민) 서류에 서명해준 게 많은데 그게 뭔지 다 모른다”고 말했다. 또 유진박이 피해를 깨달은 뒤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며 “현재는 김씨와 같이 지내지 않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지인이 돌봐주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돈이 없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성한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죗값을 받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도 보내왔다”고 했다.
MBC는 10일 오후 11시5분 ‘천재 유진박 사건 보고서’편을 통해 5개월간의 취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유진박이 ‘앵벌이를 하는 노개런티 연예인’이라는 제보를 받았다”며 “유진박과 김씨의 일상을 지켜보고, 취재를 거듭할수록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유진박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믿은 통장 잔고는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고, 그의 유명세마저 음악이 아닌 각종 가십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