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경기·평가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체카드는 총 6장이다. 3명만 교체할 수 있는 대회보다 신예들에게 수월하다. 양팀 모두 12장의 교체카드를 쓰게 되면 경기가 산만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도 이 규정이 유지되는 이유는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지도자에게 다양한 실험을 허용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관용적인 운영 방침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평가전도 실전이다. 1대 0으로 승리했던 지난 7일 호주전이 그랬다. 허용된 6장의 교체카드 절반인 3장밖에 쓰지 않았다. 한 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한 실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신예들이 기용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6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던 호주와 상반된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에서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3-5-2 포메이션이다. 줄곧 포백을 기반으로 한 원톱 운영을 1 옵션으로 고집했던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진취적인 변화다. 다만 시스템에 변화가 있다고 할지라도 기존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조직력’과 ‘정체성’이다.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선발 조직원들은 변하지 않았다. 기존에 기용하던 선수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교체투입됐던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 황의조, 나상호, 홍철이 투입됐다. 벤투호에서 익숙한 얼굴들이다.
이달 A매치에서 벤투호에 처음 승선한 신입생은 4명이다. 손준호, 김태환, 김보경, 이정협이 그들이다. 이들뿐 아니라 백승호 같은 유망주들도 아직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중요시하는 벤투 감독의 팀 운영상 이들이 곧바로 선발로 나오는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다. 기존에 붙박이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정해져 있는 이상 이들이 노려볼 수 있는 것은 교체 요원이다. 만일 벤투 감독이 교체 카드를 아낀다면 경기에 나서기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오는 9월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시작된다. 궁극의 지향점인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월드컵 진출권인 만큼 그때부터는 모든 팀이 전력투구해야 한다. 허용되는 교체카드 역시 3장으로 줄어든다. 이미 전력 외로 구성된 선수들로서는 지금보다 기회를 받기 힘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선택은 결국 벤투 감독의 몫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분명한 시점에서 백업 요원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또 새 얼굴들이 투입될 시점은 언제가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생겼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