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밑에서 ‘전반전’도 못 뛴 이승우, 이란전 기회 얻을까

입력 2019-06-10 11:30

42분.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가 벤투호에서 그동안 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이다. 지난해 8월부임 후 15경기를 치른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체제에서 전반전만큼의 시간도 소화하지 못한 셈이다. 네 경기에 나섰지만 모두 교체 요원이었다. 이승우가 벤투 감독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정황은 출전시간을 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약 9000㎞를 날아왔지만, 벤치에 앉은 적도 있었다.

이승우는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 아랍에리미트연합(UAE) 아시안컵 중국전에서 출전이 무산되자 그라운드에서 물병을 던졌던 때와 달랐다.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출전시간과 관련된 질문에 “모든 것은 감독님의 선택이다. 나는 선수로서 기다릴 뿐이다. 선수들은 항상 기다리고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감정적으로 성숙해졌다.

벤투 감독의 팀 운영방식을 고려하면, 이승우가 중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벤투 감독은 경기마다 특별한 변화를 시도하는 성격이 아니다. 평가전 교체카드를 다 쓰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부리지 않는다. 벤투 감독이 평가전에서 이루려는 가장 큰 목표는 파격적인 실험보다 기존 선수들을 바탕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쪽에 가깝다. 이승우가 당분간 선발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호주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주NFC에서 이승우가 훈련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이승우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출전시간과 별개로 대표팀의 고정요원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A매치 이후 벤투 감독의 신뢰를 잃으며 한동안 대표팀에 소집조차 되지 못했던 그였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최종명단에서 탈락했으나 나상호의 갑작스러운 부상 낙마로 인한 대체 요원으로 발탁되며 가까스로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꾸준히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 중이다. 벤투 감독이 내부적인 훈련에서 이승우의 능력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승우의 출전 기록을 살펴보면 투입된 시점이 대개 비슷했다. 대표팀이 중원을 장악하고도 득점이 없을 때다. 흐름을 가져갈 수 있으면서 더 창의적인 전진 패스가 요구될 시점에 이승우가 투입됐다. 오는 11일 이란전은 그 기회가 부여될 수 있다. 이란은 카이로스 케이로스 현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지난 8년 동안 막강한 수비조직력을 완성한 팀이다. 공격의 세밀함보다 수비적인 안정감에 더 무게를 둔다. 볼 소유권은 한국이 더 높게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이승우가 투입됐던 그 시점이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벤투 감독 역시 주어진 교체카드를 다 쓰지 않았다는 비판을 의식하고 있을 터다. 오는 9월에 있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지역 예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 백업 요원을 활용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