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7개월 영아 엄마, 남편 아닌 지인과 귀가해 딸 사망 확인했다”

입력 2019-06-10 08:33
7일 오후 생후 7개월된 A(1)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있는 아버지(21·왼쪽)와 어머니(18·오른쪽)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하기 위해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생후 7개월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 A양(18)이 지난달 31일 귀가할 당시 남편이 아닌 지인과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A양은 먼저 집에 다녀왔던 남편의 연락을 받고 귀가해 아이가 숨진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자택을 떠났다.

중앙일보는 A양이 지난달 31일 오후 지인의 차를 타고 거주지인 아파트로 귀가했고, 집 안에도 지인과 함께 들어갔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들은 아이가 숨진 것을 확인하고 10분 뒤 다시 내려와 집 앞에 세워둔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이같은 정황을 아파트 인근 CCTV를 통해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오전 지인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B씨 차량의 블랙박스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A양의 최초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애초 A양은 “지난달 30일 아이를 재우고 집 근처 마트에 다녀왔는데 아이 몸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A양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CCTV에 따르면 A양 부부는 지난달 27일부터 31일 오후 4시15분 전까지 집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A양은 이 기간 동안 B씨가 아닌 다른 지인 C씨의 집에서 지냈다고 한다. 사건은 C씨가 A양 어머니에게 연락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연락을 받은 A양 부모는 이달 2일 딸 집에 갔다가 숨진 손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사망한 아이는 이불로 덮인 종이 상자 안에 있었다.

A양과 남편 D씨(21)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반려견이 아이를 할퀸 다음 날 일어나보니 아이가 숨져있었다. 무섭고 돈이 없어 신고하지 못했다”는 이들의 최초 진술이 모두 거짓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불화가 잦았던 부부는 지난달 23일 크게 다툰 뒤 각자 집을 나섰고, 24일 밤에야 귀가했다. 이후 D씨는 24일 밤 다시 외출했고, A양도 25일에 집을 나갔다. 이들 부부의 딸은 이후 반려견과 함께 방치됐다.

D씨는 지난달 31일 먼저 집에 들어가 딸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약 15분 만에 집 밖으로 나온 그는 A양에게 전화해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A양은 이날 지인과 함께 귀가해 딸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

A양과 D씨는 다음 날인 이달 1일 다시 집으로 가 1시간 정도 자택에 머문 뒤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모텔에서 지내왔다.

경찰은 ‘위, 소장, 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지만 사인이 아사(餓死)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숨진 영아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