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이런 상황에 출국하려니 마음이 좋지 않다”

입력 2019-06-09 16:23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떠난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정부에서 긴급하게 생각하는 추경안이 국회에서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당부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전인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문희상 국회의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당부했다”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문 의장에게 추경과 관련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이런 상황에서 출국하려니 마음이 좋지 않다. 순방 전에 여야지도부를 만나려 했으나 그것도 안 됐으니 의장님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뜻이다. 문 의장은 “순방 잘 마치고 돌아오시기 바란다. 저도 더 애써보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공항 환송 행사에서도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국회 정상화가 이루어지지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이 안 돼 답답하고 국민도 좋지 않게 볼 것 같다”고 언급했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출국 전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 해 송구하다”고 답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 귀국 전에 잘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내일 초월회가 모이는 날인데 반응이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앞서 청와대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제안한 단독회담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7일까지 열자고 한국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5당 대신 교섭단체 3당 대표가 참여하는 회동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회동이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을 방문하고 오는 16일 귀국한다. 그 때까지 문 대통령이 직접 여야 대표들을 만나 국회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낼 방법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 4월2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46일째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여야 대표 회동이 무산되면서 청와대는 국회에서 진행 중인 여야간 협의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순방 기간 중에도 국회 정상화 논의는 원내에서 진행될 것으로 안다. 여야가 대화를 통해 국회 파행 문제를 해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