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 외면했던 이강인, U-20 월드컵 스타로

입력 2019-06-09 11:37
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왼쪽)이 8일(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열린 2019 U-20 월드컵 8강전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AP뉴시스

스페인 발렌시아 소속 미드필더 이강인이 펄펄 날고 있다. 이강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견인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폴란드의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U-20 월드컵 8강전에서 3대 3으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3대 2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모든 선수가 수훈갑이었지만 이강인은 특히 빛났다.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이강인은 0-1로 뒤진 후반 14분 이지솔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왼발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극적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대회 그의 첫 득점이었다.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53분 코너킥으로 이지솔의 헤딩 동점 골을 어시스트했고, 연장 전반에는 조영욱의 세 번째 득점도 도왔다. 고전하던 순간 이강인의 번뜩이는 움직임이 팀을 구해냈다.

이강인은 U-20 월드컵에서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다. 측면에 자리하지만 프리롤로 1선과 2선 중앙, 측면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을 이끈다. 최전방 투톱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의 공격적 재능을 마음껏 펼치게 하려는 정정용 감독도 전술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강인의 전진 배치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소속팀 발렌시아 역시 활약을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후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국이 U-20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강인과 한국에 축하 인사를 보낸다. 이강인은 1골 2도움의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강인은 4강에서 에콰도르와 만난다. 행운을 빈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강인의 이름만 수차례 언급하며 그의 활약을 강조했다.

이강인의 활약이 추후 소속팀에서 입지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강인은 지난 2월 부상 선수들의 대체자로 발렌시아 1군 로스터에 등록됐으나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공격보다는 안정적인 수비에 중점을 두는 마르셀리노 토랄 발렌시아 감독의 전술 운영상 이강인이 활약할 자리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출전이 용이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하위권 구단으로 임대설이 제기됐던 이유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번 U-20 월드컵에서 스타로 떠오르며 발렌시아도 다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발렌시아 2군 감독인 체마 산츠도 앞서 이강인을 칭찬했다.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회에 참가한 모든 스카우트들이 이강인이 최고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최고란 말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U-20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서 최고라는 뜻”이라고 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