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반 뒤바꾼 ‘정정용 매직’, U-20 월드컵 4강 이끌다

입력 2019-06-09 07:54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끄는 정정용 감독이 9일(한국시간) 2019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승리한 후 기쁨에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정용 20세 이하(U-20) 한국 대표팀 감독의 마법 같은 전술 변화가 통했다. 36년 만에 U-20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끈 정 감독은 “끝까지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은 9일(한국시간) 열린 2019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3대 3으로 연장까지 간 끝에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압도적인 높이와 빠른 주력 등 월등한 신체 조건을 가진 세네갈을 파쇄한 것은 정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략과 적재적소의 용병술, 약속된 세트피스였다.

대표팀은 이날 전반전 주도권을 쉽사리 잡지 못했다. 체격과 스피드로 밀어붙이는 세네갈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수비할 때는 5-4-1. 공격 전개 시에는 3-4-2-1로 변화하는 포메이션을 내세웠지만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공격 점유율은 3대 7까지 밀렸고 선제골까지 내줬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분위기는 달라졌다. 전세진을 대신해 투입된 조영욱이 수비를 교란했고, 오세훈은 상대 수비수와 적극적으로 경합하며 볼을 따냈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도 빛났다. 공격 점유율에서 8대 2까지 앞서기도 했다.

흐름을 가져온 한국은 마침내 동점 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지솔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밀려 넘어지자 VAR을 확인한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강인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골을 넣었다.

후반 31분 페널티킥으로 추가 실점하자 정 감독은 엄원상과 김정민을 투입하며 공세를 높였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선수들은 끊임없이 골문을 두드렸다.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추가 시간 8분 주어진 코너킥에서 결국 극장 골이 나왔다. 이강인이 올린 날카로운 코너킥을 이지솔이 뒤에서 쇄도하며 헤더로 득점했다. 완벽하게 연습된 세트피스 골이었다.

U-20 대표팀의 공격수 조영욱(오른쪽)이 9일(한국시간) 열린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극적으로 연장까지 이어진 승부에서는 교체로 들어간 조영욱이 득점에 성공했다. 이강인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은 조영욱은 지체 없이 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체력이 충분한 엄원상도 적극적으로 뛰며 측면을 휘저었다. 반면 연장 들어가기 전에 주 공격수들을 빼버린 세네갈은 좀처럼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경기를 생중계한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우리의 전술과 전략이 들어맞았다. 감독의 용병술과 팀의 세트플레이 모두 좋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장 후반이 끝나기 직전에 실점한 장면에서는 수비진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한 한국은 36년 만에 U-20 월드컵 준결승에 올랐다. 정 감독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4강 진출이라는) 약속을 지켜 행복하다”며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감독부터 선수까지 하나다. 그것이 우리의 힘이자 원동력”이라며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