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U-20 월드컵 4강, ‘혼전·VAR·극장골’

입력 2019-06-09 06:33 수정 2019-06-11 16:14
U-20(20세 이하) 한국 대표팀이 9일(한국시간) 열린 2019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세네갈을 상대로 역전 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세 이하(U-20) 한국 대표팀이 새 역사를 썼다. 세네갈과 혼전을 거듭한 한국은 36년 만에 U-20 월드컵 4강에 올랐다.

한국은 9일(한국시간) 열린 2019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3대 3으로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역전과 동점, 재역전이 계속해서 이뤄진 드라마틱한 경기였다.

높이와 주력이 좋은 세네갈에 한국은 전반전 주도권을 내줬다. 세네갈은 날카로운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 15분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순간적인 속도로 파고든 뒤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에 떨어지는 크로스로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공격 점유율은 7대 3까지 벌어졌다.

한국은 경기 시작 직후 전세진이 강하게 골키퍼를 압박하며 실수를 끌어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이후에도 세네갈의 잔 실수가 수차례 나왔지만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부정확한 전진 패스와 느린 공격 전개로 세네갈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결국 전반 35분 연달아 코너킥을 허용한 한국이 먼저 선제골을 내줬다. 골라인에 가깝게 올라온 크로스를 세네갈이 머리로 살려냈고, 이를 카뱅 디아뉴가 그대로 슈팅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막판 이강인이 찬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이 세네갈의 벽을 넘긴 후 골대 구석으로 향했지만 디알리 은디아예 골키퍼가 잘 쳐냈다.

후반 시작하며 한국이 조금씩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후반 8분 전세진을 대신해 조영욱이 투입됐다. 이강인이 상대의 뒷공간을 정확히 보고 최준에게 날카로운 킬패스를 찔러주며 좋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U-20(20세 이하) 한국 대표팀의 이강인이 9일(한국시간) 2019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득점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흐름을 탄 한국은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동점 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지솔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밀려 넘어졌다. VAR을 확인한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강인이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네갈은 VAR을 통해 또다시 앞서나갔다. 후반 28분 한국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재익의 핸드볼이 선언됐다. 이브라히마 니아네가 찬 페널티킥을 이광연이 막아냈지만 골라인에서 두 발이 다 떨어졌다고 판정돼 재차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두 번째 기회를 받은 니아네는 놓치지 않고 득점에 성공했다.

리드를 다시 내준 한국은 엄원상과 김정민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다시 한번 추격하기 위한 노림수였다.

VAR은 내내 경기에 영향을 발휘했다. 후반 40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니아네가 수비진을 뚫고 골을 넣은 듯 보였지만 핸드볼로 취소됐다. 여러 번 VAR이 실시됨에 따라 추가 시간은 8분이 주어졌다.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린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끝내 극적인 골을 터뜨렸다. 추가 시간 8분 이강인이 찬 코너킥을 이지솔이 뒤에서 달려 들어가며 헤더로 득점했다. 극장 골을 만들어낸 한국 선수들은 벤치와 어우러져 마음껏 환호했다.

연장전에 들어간 한국은 마침내 역전 골을 만들어냈다. 연장 전반 6분 상대 수비수 세 명을 뚫어내는 이강인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조영욱이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이강인은 연장 전반 종료 직전 기립박수를 받으며 교체돼 나갔다.

그러나 세네갈의 정신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까지 공세를 펼친 세네갈은 연장 후반이 끝나기 직전 동점 골을 넣으며 기어코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긴장된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3-2로 이겨냈다. 1, 2차 키커로 나선 김정민과 조영욱이 실패하며 승기를 놓치는 듯했지만 이광연의 선방과 세네갈의 잇단 실축으로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