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꿈’ 꾸는 이낙연 총리…돼지열병 현장 찾아 ‘민생 챙기기’ 이미지 부각

입력 2019-06-08 17:37 수정 2019-06-08 19:20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5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거점소독시설을 방문,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8일 세 번째로 직접 방역현장을 찾았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총리는 민생을 챙기고, 위기관리에 능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대선 주자 이미지도 확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8일 북한 접경지역으로 비무장지대(DMZ)가 있는 강원도 철원군의 양돈농장과 민통선 지역을 찾았다.

이 총리는 이날 양돈농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방역 현장을 점검하고 방역 관계기관에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를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돈농가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폐사율이 높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앞서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공식 확인한 직후인 지난 1일 한강하구 접경지역인 강화도, 5일에는 경기도 파주의 방역 현장을 방문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자칫 국내로 퍼져 양돈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사전에 이 총리가 직접 점검에 나선 것이다. 국무총리가 1주일 사이 세 차례나 직접 관련 방역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고, 그만큼 정부가 총력 대응 중임을 방증한다.

이 총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챙기기에 집중하는 것은 향후 대권 행보와도 관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직접 민생을 챙기는 이미지를 부각, 국무총리로서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한 후 내년 총선과 향후 대선에서 여권의 간판이 되길 이 총리가 꿈꾼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입원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 입장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실패한 정부라는 낙인이 가장 악재이기 때문에 직접 민생을 챙기면서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 같다”며 “남북 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현장을 솔선수범해 직접 가면서 위기관리 능력도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 총리가 민생을 챙기는 국무총리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하면 그걸 토대로 대선 주자로 승승장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기엔 부담스럽고, 주무부처 장관이 챙기기엔 중요한 현안을 이 총리가 맡으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총리직을 내려놓기 전까지 이 총리는 민생현장을 직접 챙기는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인사 임명장 전수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총리는 최근 부쩍 내년 총선에서 역할론을 강조하며 “심부름을 시키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특히 ‘용꿈’을 꾸는 대선 주자에게 상징성이 큰 ‘정치 1번지’ 종로 출마설이 흘러 나온다. 종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1996년 15대 총선 당선)과 노무현 전 대통령(1998년 7월 보궐선거 당선)이 국회의원을 역임한 지역구다.

박 교수는 “대선주자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 당연히 비례대표보다는 험지에 나가는 게 좋다”며 “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지낸 호남으로는 갈 수 없으니 서울의 험지를 출마해 헌신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본인과 더불어민주당 모두에게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전략 차원에서는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 총리가 상징성이 큰 종로에 출마하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종로는 현역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아직 불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또 최근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존 주소지인 은평구를 떠나 종로행을 택하면서 출마 의사를 보이는 등 벌써부터 치열한 당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