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전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8일 세 번째로 직접 방역현장을 찾았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총리는 민생을 챙기고, 위기관리에 능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대선 주자 이미지도 확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8일 북한 접경지역으로 비무장지대(DMZ)가 있는 강원도 철원군의 양돈농장과 민통선 지역을 찾았다.
이 총리는 이날 양돈농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방역 현장을 점검하고 방역 관계기관에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를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돈농가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폐사율이 높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앞서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공식 확인한 직후인 지난 1일 한강하구 접경지역인 강화도, 5일에는 경기도 파주의 방역 현장을 방문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자칫 국내로 퍼져 양돈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사전에 이 총리가 직접 점검에 나선 것이다. 국무총리가 1주일 사이 세 차례나 직접 관련 방역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고, 그만큼 정부가 총력 대응 중임을 방증한다.
이 총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챙기기에 집중하는 것은 향후 대권 행보와도 관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직접 민생을 챙기는 이미지를 부각, 국무총리로서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한 후 내년 총선과 향후 대선에서 여권의 간판이 되길 이 총리가 꿈꾼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 입장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실패한 정부라는 낙인이 가장 악재이기 때문에 직접 민생을 챙기면서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 같다”며 “남북 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현장을 솔선수범해 직접 가면서 위기관리 능력도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 총리가 민생을 챙기는 국무총리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하면 그걸 토대로 대선 주자로 승승장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기엔 부담스럽고, 주무부처 장관이 챙기기엔 중요한 현안을 이 총리가 맡으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총리직을 내려놓기 전까지 이 총리는 민생현장을 직접 챙기는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최근 부쩍 내년 총선에서 역할론을 강조하며 “심부름을 시키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특히 ‘용꿈’을 꾸는 대선 주자에게 상징성이 큰 ‘정치 1번지’ 종로 출마설이 흘러 나온다. 종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1996년 15대 총선 당선)과 노무현 전 대통령(1998년 7월 보궐선거 당선)이 국회의원을 역임한 지역구다.
박 교수는 “대선주자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 당연히 비례대표보다는 험지에 나가는 게 좋다”며 “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지낸 호남으로는 갈 수 없으니 서울의 험지를 출마해 헌신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본인과 더불어민주당 모두에게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전략 차원에서는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 총리가 상징성이 큰 종로에 출마하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종로는 현역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아직 불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또 최근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존 주소지인 은평구를 떠나 종로행을 택하면서 출마 의사를 보이는 등 벌써부터 치열한 당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