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씨를 두고 개신교계 내부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개신교 관련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7일 성명서를 통해 유감을 표현했다. 개혁연대는 “한기총은 과거 금권선거와 부정부패, 사회기득권층과 유착으로 교회와 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전씨가 낸) 시국선언문은 권력이라는 숙주에 기생하는 한기총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물이다. 한기총은 한국교회와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기총은 2019년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법정 구속 이력이 있고, 소위 ‘빤스 목사’라고 불리던 전광훈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며 “회개와 갱신은 찾을 수 없고 돈과 권력에 대한 탐욕과 다툼과 분열의 중심에 서 있는 한기총은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의 질서까지도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기총은 한국 교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치우친 소수 집단에 불과하다”며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 교회 연합 조직의 대표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기총은 한국 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판정을 받은 단체들의 지위 세탁 공간이나, 개인적인 정치 욕망,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해 기독교의 이름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활동 무대가 돼 버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기총이 한국 교회를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지 사실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며 “예수의 정신을 실천하며 한국 교회를 대변하는 단체들을 적극 발굴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김인기 목사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나선 공개 설교 자리에서 ‘빨갱이’ ‘간첩’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전 목사의 정치적 행보는 지나쳤다. 왜 한기총 대표회장 직함으로 교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고 지적했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수준 이하의 발언이기 때문에 기독교인을 부끄럽게 만든다”며 “한국 기독교의 명예를 아주 크게 훼손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기독교계 원로이면서 한기총 해체운동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이어 “기독교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권, 정의, 복지, 평화처럼 아주 보편적이고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것”이라며 “파당 정치에 관계된 모든 발언은 기독교 역사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사직에서 물러나 회개하라”며 “정치인으로도 성공할 거 같지 않다. 그런 식의 발언은 우리 정치계를 더 저급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여야 할 것 없이 전씨를 비난하고 나섰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7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내란선동 및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 5일 “한기총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이루어놓은 세계사적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헌법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단식기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면담하면서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황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돼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주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전씨는 이날 “삼일절 전까지는 기필코 끌어내자” 등의 발언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