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소설가 이문열씨를 직접 만나 진정한 보수 가치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국회가 공전 중인 상태에서 보수계 큰 어른으로 꼽히는 이씨를 만나 보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지지층을 끌어모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문화계 인사인 이씨를 만나 딱딱한 황 대표 이미지의 변신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경기도 이천 마장면 장암리 설봉산 자락에 위치한 이씨의 문학사숙 부악문원을 찾아 이문열 작가와 차담회를 가졌다.
이번 만남은 이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온 박명재 한국당 의원이 주선했다. 황 대표가 민생투어 일정으로 7~8일 이틀간 경기도에 머무는 것과 맞물려 추진됐다.
이씨는 ‘황제를 위하여’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내놓으며 198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거두로 떠올랐다. 보수 성향의 이씨는 현실 정치에도 관여, 2004년 제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씨는 당시 “불건전한 보수의 유산을 떨어내야 한다”며 낡은 보수와 결별을 강조했다.
이씨는 이날 차담회에서 황 대표에게 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 한국 보수 정치의 문제점 등에 대해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같이 박근혜정권 시절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도 지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1시간여에 걸친 비공개 차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진정한 보수란 뭔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과거 보수 정치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들을 말씀하셨고, 다 귀한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보수계 큰 어른 이미지가 있는 이씨를 만나 보수 쪽의 외연을 확장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차명진 전 의원 등의 ‘막말’이 논란이 되는데, 이에 황 대표도 자유롭지 않다 보니 사실 리더십이 서지 않고 있다”며 “이씨를 만나 극단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지도자 이미지 확립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장외 투쟁 중인 황 대표가 이씨와 같은 문화계 인사를 문화계 인사를 만나서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것 같다”며 “국회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문화계로 보폭을 넓히면서 경직된 이미지에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황 대표는 기존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황 대표는 경기도 성남에서 ‘황교안×2040 청년창업가 간담회’를 열어 청년창업가, 여성기업인 등을 만났다. 또 지난 5일엔 국회 사랑재 앞마당에서 ‘황교안×2040 미래찾기 콘서트’를 가졌다. 두 행사 모두 황 대표가 직접 젊은 층을 만나면서 기존 올드한 이미지 탈피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황 대표는 이씨를 만난 자리에서 ‘문학소년’이었음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저도 중학교 때는 문학 소년이었다. 옛날에 학생들 잡지 중에 ‘학원’이라는 잡지에서 매년 문학상을 수여하는데 제가 거기다가 응모를 해서 우수작을 받았다”고 하자 이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황 대표가 “중학교 때 문예반에 들어갔는데 그때 담임선생님이 시인이셨다. 선생님이 권해서 시를 썼는데 되리라고 생각도 안 하고 보냈는데 하여튼 3등인가 했다”고 밝히자, 이씨는 “능력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