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북한과 미국 간 교착 국면을 해소하고,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향한 평화 외교 열차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계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핵담판 P. 367)
6·12 북·미 1차 정상회담 개최 1주년을 앞둔 가운데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가 2011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시점부터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북핵 문제를 정리한 신간 ‘핵담판 -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3000일의 북핵 문제 연대기’를 최근 출간했다.
왕 기자는 1994년 YTN 공채 1기로 방송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 18년째 통일외교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2차 북핵위기, 북핵 6자회담, 2017년 이후 남북 및 북·미 대화 국면의 현장에 있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YTN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국제 정책 실무로 석사를,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를 취득했다. 폭넓은 현장 취재 경험과 학문적 배경까지 갖춰 외교안보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인으로 평가받는다.
왕 기자는 ‘핵담판’에서 오랜 기간 현장을 지켜온 기자의 경험을 토대로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부터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의 상황을 서술 형식으로 쉽게 설명했다. 9년에 걸친 3000일의 북핵 위기 관련 사건들을 사관(史官)처럼 충실히 기록했다.
장기간 복잡하게 진행된 북핵 문제를 현장에서 관찰해온 왕 기자는 ‘통시적’이면서도 ‘통합적’인 시각으로 ‘핵담판’을 서술했다. 총 27개의 장으로 구성된 ‘핵담판’에서 북핵 위기의 결정적인 장면들은 영상처럼 펼쳐진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은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객관적인 북핵 협상 공전의 이유와 당시 정확한 상황을 찾기 어렵고, 북·미의 일방적 주장만 머리 속에 맴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핵담판’은 가장 정확한 참고서이자, 지도로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전후 상황과 막전막후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2018년 6월 12일 상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런 기대감은 미국 정부 대표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한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입장에서 접근하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전향적인 움직임이 근거가 됐다.”(핵담판 P. 380)
이처럼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어진 비건 특별대표의 메시지가 갖는 의미와 맥락에 대해 왕 기자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짚어준다.
지난 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전 북한과 정상회담 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북한과의 접촉은 계속 시도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내 생각에는 우리가 조심스럽(cautiously)게 낙관(optimistic)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낙관론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네 번째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다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낸다면 앞선 상황의 복기를 위해 왕 기자의 ‘핵담판’이 독자들에게 더욱 필요할 것 같다.
핵담판 -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3000일의 북핵 문제 연대기/왕선택 지음, 책책, 404쪽, 2만원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