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지난 7일 수원 경기 8회말이다.
손승락(37)에 이어 고효준(36)이 마운드에 올랐다. 1-1로 맞선 상황이었다. 좌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KT 1번 타자 김민혁에게 4구 승부 끝에 투수 옆을 지나 중견수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안타를 뽑아냈다.
대타 송민섭의 희생 번트에 이어 좌타자 강백호를 좌익수 플라이 아웃을 잡아냈다. 고효준의 임무는 끝난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타자 유한준까지 맡겼다.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2사 1,2루 상황이 됐다.
황재균 타석에 되어서야 구승민이 올라왔다. 부담감이 컸다. 안타 하나면 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냈지만 연거푸 볼 3개를 던졌다. 그리고 5구를 맞아 점수를 허용했다. 결승타점이다. 그리고 패했다.
롯데는 23승 40패가 됐다. 그러나 패하는 경기에서 필승조의 모습을 보면 한결같다.
마무리 투수 구승민을 보자. 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4일 LG 트윈스전이 유일하면서도 마지막 세이브였다. 최근 10경기에 등판해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경기는 단 2경기 뿐이었다. 9.1이닝 동안 7실점(6자책점)하며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올린 것은 2패 1세이브였다. 폭투는 4개다. 올 시즌 기록한 블론세이브는 2차례다. 마무리 투수라고 보기엔 부끄러운 성적이다.
구승민에 앞서 나오는 고효준(36)은 제구력이 나쁘기로 알려져 있는 투수다. 좋을 때와 나쁠 때가 확연히 다른 투수다. 29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17개나 허용했다. 팽팽한 상황에서 올라와 이미 나가 있는 주자들의 득점을 허용하거나 주자를 남겨두고 내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폭투는 5개나 된다. 안심하고 맡기기엔 여전히 불안하다.
손승락(37)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10경기에서 12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최근 3경기에서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버텨내고 있다.
롯데의 필승조는 필패조에 가깝다.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손승락도 불안하지만 제 자리는 마무리다. 설령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더라도 손승락이 경기를 마쳐야 한다. 구승민은 마무리 투수 경험이 부족하다.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7~8회에 나와 1~2이닝을 강하게 막아주는 게 더 나아 보인다.
고효준 또한 길게 던질 게 아니라 짧게 막아내는 데 활용해야만 효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양상문 감독의 생각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불펜진을 원상 복구해 긴 싸움을 대비할 때가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