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다뉴브강에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끌어올릴 선박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7일 오후(현지시간)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강 수위가 더 낮아져야 현장 길목에 있는 다리 2개를 통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헝가리 측이 다리 밑 여유 공간에 맞춰 크레인을 통과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불과 35분 만에 이동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의 송순근 구조팀장은 7일 오후(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클라크 아담이 아르파드 다리 후방에서 오후 2시20분 출발해 아르파드 다리와 머르기트 다리를 차례로 지나 오후 2시55분 사고 지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크레인이 도착하긴 했지만 시신 유실방지 작업과 선체를 결속하는 와이어 작업이 마무리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한국과 헝가리 측은 예정대로 일요일 인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클라크 아담 이동 작업은 한국 측과 사전 논의 없이 갑자기 추진됐다. 당초 헝가리 측은 강 수위가 4.2m까지 낮아져야 크레인이 다리를 통과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아치형으로 된 머르기트 다리의 경우 아치의 중간 부분, 즉 수면과 다리 사이의 간격이 가장 큰 지점을 정확히 통과하지 않으면 크레인과 다리가 부딪혀 손상될 위험이 있었다.
송 구조팀장은 “오늘 아침 헝가리 측과 논의할 때만 해도 이르면 내일(8일) 저녁에나 크레인이 도착하는 것으로 예상했다”며 “수심도 문제지만 헝가리 측이 아치형 다리를 통과할 여러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크레인 앞에 예인선을 연결해 이동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였다. 이 시도가 성공하자 헝가리 측은 그대로 두 개의 다리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송 구조팀장은 “헝가리 측이 분석한 4.2m라는 수위는 크레인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수위”라며 “아직 강 수위가 낮아지지 않아 크레인이 다리를 간당간당하게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예인선으로 쓰인 배는 헝가리 소방청의 구조선 ‘센트플로리안’이다. 이 배를 이용해 클라크 아담을 이동시키는 작업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전했다. 강 하류인 북쪽을 향해 가는 클라크 아담과 다르게 예인선의 선미는 서쪽을 바라보도록 설치됐다. 크레인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동시에 흔들림 없이 정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종타 역할을 한 것이다. 헝가리 측은 크레인을 분해해 이동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소요 시간이 너무 길어 예인선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먼저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크레인이 예상보다 빨리 사고현장에 도착한 만큼 인양 준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측은 허블레아니호 선체 4군데 지점에 크레인과 연결된 굵은 와이어를 감아 들어 올릴 계획이다. 각 와이어는 6가닥의 얇은 와이어를 하나로 묶어 내구성을 높였다.
송 구조팀장은 “현재 굵은 와이어를 넣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유도 파이프를 4군데 지점에 모두 설치했다”며 “와이어 결속 작업과 시신 유실 방지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 측은 본격적인 인양이 시작될 경우 크레인과 각 와이어 끝을 연결하는 데 3시간, 들어 올리는 데 1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