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비판 성도들이 ‘꼰대’라고?

입력 2019-06-07 17:14 수정 2019-06-07 19:30
분당 우리교회 J목사가 지난 5일 수요예배 설교에서 퀴어행사에서 동성애를 비판한 성도들을 '꼰대'로 지칭하고 있다. 분당 우리교회 홈페이지 캡처

분당 우리교회 목회자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설교 시간에 ‘꼰대’라고 지칭했다.

분당 우리교회 J부목사는 지난 5일 수요예배에서 ‘지적질인가, 거룩한 분노인가’라는 설교를 하고 “몇 년간 퀴어행사에 대한 반응, 기독교의 반응과 그것을 바라보는 반응을 찾아본 결과 대세는 이미 (동성애 진영으로) 넘어갔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언론과 이것을 이용하는 많은 정치인들,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인해 동성애자를 비난하는 것은 꼰대들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면서 “이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교회가 왜 이런 사회문제에 대해 꼰대소리를 듣느냐 하면 우리 크리스천들이 동성애 문제에는 난리들을 치고 있으면서 우리가 너무 많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에 관심도 별로 없고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J목사는 “성경에서 동성애를 언급하는 횟수보다 탐욕에 대해 경고하는 횟수가 10배 가까이 더 많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탐욕 문제를 두고 길거리에 드러눕거나 시위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면서 논점을 흐리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성애자들이 크리스천을 공격할 때 써먹는 논점 일탈, 문제확장의 오류로 동성애 문제를 일반적이고 경미한 죄 문제로 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J목사는 “동성 간의 연애에 질색하고 혐오하지만, 이성 간의 관계는 어떠냐”면서 “시기 질투, 베풀지 못하고 나만 가지려는 문제, 가지지 못해서 미래를 불안해하는 태도, 용서하지 못하는 태도는 또 어떻나”고 문제를 확대해 나갔다.

복음주의 신학교 교수들은 성경 원칙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 양심 사상 표현의 자유를 이용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행위를 강단에서까지 비판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모 신학교 교수는 “동성애는 우리 시대 문화적으로, 신학적으로 제일 민감한 문제로 창조질서, 구원질서를 흔드는 심각한 주제”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교회와 사회를 지키기 위해 성도들이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회자가 사회적 대세에 근거한다면서 강단에서 정당한 성도들의 비판행위를 폄훼하고 동성애를 단순한 죄 중의 하나로 일반화시키려는 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성경적 믿음을 지향해야 하는데, 문화적 신학적 갈등 상황이 발생할 땐 강단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물론 다른 죄도 회개는 해야겠지만 동성애가 마치 죄가 없거나 경미한 죄인 것처럼 설교해서도 안 된다”고 충고했다.

다른 신학교 교수도 “설교자는 강단에서 성경이 정확하게 뭐라고 말씀하는지 선포해야지, 패배주의적 관점에서 사회 눈치나 봐선 안 된다”면서 “강단에서 성도들을 마치 잔소리하는 늙은이처럼 평가하며 자기 생각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도들은 동성애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분명한 말씀을 듣고 싶어하지 동성애자들의 공격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논점 일탈, 문제 확대의 오류에 빠진 목회자의 변명은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분당 우리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보수 정통신학을 중시하는 교단으로 신학교에 동성애자 및 동성애 옹호자의 입학을 금지한다.

특히 ‘동성애자와 본 교단의 교리에 위배되는 이단에 속한 자가 요청하는 집례를 거부하고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이 있을 정도로 동성애 문제에 대해 단호하다.

J목사는 문제가 제기되자 7일 교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제가 전했던 말씀이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애쓰고 계신 분들에게 큰 낙심과 좌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모두 다 저의 지혜 없음과 표현력 부족 때문”이라면서 “(설교에서)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밝혔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