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높다” 무주택자 불만에 분양가 관리… ‘로또청약’ 우려

입력 2019-06-08 00:10 수정 2019-06-08 00:10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 개관된 서초우성 1차 재건축 래미안 리더스원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안내원의 단지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왜 분양가를 안 잡나요?”
최근 한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요즘 분양을 하는 아파트마다 분양가를 갱신하니 이전에 분양했던 아파트값과 분양권 가격도 오른다”며 “이 정부는 부동산 잡을 생각이 있는지 참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티즌이 내린 결론은 씁쓸했다. 비싼 분양가는 ‘돈 있는 다주택자들만 버티면 돈 버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관계 당국이 행동에 나섰다. 앞으로 서울 등 분양가 관리지역에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주변 아파트 시세 이상의 가격을 책정할 수 없도록 했다. 반대 여론도 있다. 아파트값이 주변 아파트 시세를 따라가는 만큼 저렴한 분양가가 자칫 ‘로또 아파트 광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6일 무분별한 고분양가 아파트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보증리스크 관리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고분양가 사업장 해당 기준, 평균 분양가 산정방식 등을 개선했다.

어떻게 개선되나
변경된 개선안의 상세내용을 보면 일단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주변 기존 아파트 시세를 넘을 수 없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현재 서울 전역을 비롯해 경기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 대구 수성, 부산 해운대·수영·동래, 세종시 등이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UG의 기존 분양가 상한 기준은 110%였다. 앞으로는 인근에 신규분양 단지가 있다면 그곳의 가격을 참고해 105% 이내에서 새 분양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미 준공한 단지만 있을 때는 비교 단지의 평균 매매가 이내에서만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했다. 이 기준은 오는 24일 분양보증 발급분부터 적용한다.

고분양가 판단 기준도 ‘1년 이내 분양’ ‘1년 초과 분양’ ‘준공 10년 이내’로 세분화한다. 준공 10년을 초과했을 때는 생활권을 확장해서 비교하게 된다.

평균 분양가 산정방식도 ‘단순평균’에서 ‘가중평균’으로 변경했다. 가구 수가 적은 주택형의 분양가를 떨어뜨려 전체 분양가가 낮아 보이도록 하는 꼼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자료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떨어져 좋지만 ‘로또 청약’ 광풍 우려
이번에 HUG가 내놓은 개선방안의 원칙은 새 아파트 분양가를 억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거다.

그러나 HUG가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시장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로또 청약’이다. HUG가 일반분양가를 최대 10% 낮추기로 하면서 주변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는 더 벌어지고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청약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실제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삼성물산 ‘래미안 리더스원’의 견본주택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3.3㎡당 평균 4489만원으로 강남권 역대 최고 분양가인데다 집단대출(분양가 60%)은 받을 수 없고 특별공급도 사라지면서 최소 10억원의 현금은 갖고 있어야 도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인근 집값에 힘입어 시세차익이 쏠쏠할 것이라는 강남권 ‘로또 아파트’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지난달, 2년 전 분양가로 계약취소분 1가구를 모집한 ‘공덕 SK리더스뷰’의 경쟁률은 무려 4만6931대 1을 기록했다.

건국대 심교언 교수는 “분양가에 대한 지나친 규제강화는 공급 감소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독점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는 등의 장기적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