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 “문재인 빨갱이”… 황교안 ‘용납 범위’ 첫 가늠자

입력 2019-06-07 14:38
자유한국당 황교안(오른쪽) 대표와 차명진 전 의원. 국민일보 DB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한 ‘빨갱이’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당내 막말 논란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직후의 일이다.

차 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문제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하며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념 갈등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차 전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페이스북에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 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놈이다. 그런 놈을 국군 창설자라고? 이보다 반국가적·반헌법적 망언이 어디 있는가. 그것도 현충일 추모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가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나? 한국당은 뭐하냐? 이게 탄핵 대상 아니고 뭐냐? 우선 입이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비난했다.

빨갱이는 한국전쟁 당시 공산주의 진영 비정규군을 가리켰던 파르티잔(partisan)을 빨치산으로 변형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용어다. 지금은 공산주의자에 대한 멸칭으로 사용된다. 국립국어원은 빨갱이를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차 전 의원이 문 대통령을 가리켜 사용한 ‘빨갱이’는 이념적 이견을 넘어선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차 전 의원은 지난 4월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적어 한국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황 대표는 연이은 당내 막말 논란에 대해 최근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5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더이상의 잘못은 용납할 수 없다”며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 4일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후 ‘응분의 조치’를 말한 데서 한 걸음 더 나간 표현이었다. 이를 놓고 공천 불이익을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을 ‘빨갱이’로 비하한 차 전 의원의 막말 논란은 황 대표의 ‘용납 가능한 범위’를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차 전 의원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황 대표가 약속했던 ‘응분의 조치’를 실행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7일 구두논평에서 “대통령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퍼부은 차 전 의원의 입장은 한국당의 공식 입장인가”라고 물은 뒤 “그렇지 않다면 차 전 의원을 당에서 영구히 축출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