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에 재판부 기피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재판장이 사모임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기자 제보가 있었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 제보’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을 기피 사유에 적시한 것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재판부 기피 사유서를 제출했다. 임 전 차장 측은 A4용지 106페이지 분량의 사유서에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한 이유가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 때문이라고 적었다.
임 전 차장은 기피 사유서에서 기자 제보 내용을 언급하며 “과연 근거 없는 헛소문에 불과한지도 의문”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을 놓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이 불확실한 근거로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가 불분명한 기자 제보를 재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한 예단을 드러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확인이 안 되는 내용을 근거로 사법부 독립을 오히려 흔드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 측은 기피 사유서에 “재판부가 5월 13일에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유죄 심증을 드러냈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했다. 영장 발부 사유와 범위를 밝히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피고인을 처단하고 말겠다는 오도된 신념 내지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가지고 재판 진행을 했다”며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임 전 차장 측은 추가 기소된 사건 중 일부를 근거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이에 대한 변호인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소송지휘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임 전 차장 측은 “2차 추가 구속 기간 안에 심리를 끝내지 못할 경우 남은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하려는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무시하고 유죄 판결을 선고할 의사를 형성했다”고 사유서에 적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 신청 사건을 형사33부(부장판사 손동환)에 배당했다. 임 전 차장의 기피 신청에 대한 심리는 이르면 다음 주 열릴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