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답지 않다던 ‘가구회사 성폭력’… 정말 ‘꽃뱀’일까

입력 2019-06-07 11:15 수정 2019-06-07 11:56
게티이미지뱅크

‘가구회사 사내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 A씨가 가해자 박모(32)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답장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일각에서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A씨가 사건 직후 가해자의 전화를 피하는 등 심경의 변화가 분명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권희)는 지난 5일 박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이들이 나눈 사건 전후 카톡과 통화내역을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사건 전후 박씨가 A씨에게 고소 취하 종용을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가구회사 B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했던 박씨는 2017년 1월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A씨는 2017년 11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했다. 피해를 입은 지 10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A씨의 회사 상관인 박씨였고, A씨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날짜는 입사 3일 만인 같은 해 1월 14일이었다.

박씨는 곧장 반박에 나섰다. A씨와 나눈 대화를 공개하면서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가 당시 공개한 카톡을 살펴보면, 박씨는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A씨는 “괜찮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사건 직후 아무렇지 않게 박씨의 카톡에 답장을 했고, 심지어 스스로 “괜찮다”다고 말했으니 합의된 성관계로 보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A씨가 다른 목적이 있어 거짓 폭로를 했다며 ‘꽃뱀’으로 몰고간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15일 새벽 1시 39분 여성 경찰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당시 그는 “어제 성폭행을 당했는데, 경황이 없어 연락이 늦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게 곧장 병원으로 가 증거를 채취하도록 했다. A씨는 병원에 방문한 후 해바라기센터에 가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A씨는 이날부터 박씨의 연락에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는 “살아있느냐” “무슨 일이 있느냐” 같은 카톡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그가 전화를 걸었던 기록도 남아있었으나 A씨는 받지 않았다.

사건 발생 6일이 지난 시점에 박씨는 “솔직히 나랑 연락하지 싫지?”라고 물었고, A씨는 “아뇨”라고 답했다. 박씨 측이 이를 두고도 피해자답지 않다는 주장을 하자, 검찰 측은 “A씨는 박씨보다 약자이기 때문에 상관에게 성의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박씨의 주장대로 이들이 연인관계로 발전해가는 정말 좋은 관계였다면 박씨의 카톡을 차단하고 숨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2017년 3월 3일 카톡을 탈퇴한 뒤 박씨 연락을 전혀 받지 않았다.

아울러 “카톡을 보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화내역을 보면 A씨는 박씨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며 “통화내역에는 박씨로부터 일방적으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자문을 빌어 “이들의 카톡 내용은 사건 전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며 “A씨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박씨는 말이 많아졌다. A씨는 사건 이후 이성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문자를 전혀 보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가 끈질기게 A씨에게 연락한 이유는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종용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2월 6일 박씨는 “일단 합의서만 받아갈까? 아니면 내일 다시올까?”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8일에는 “합의 끝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고, 19일에는 “빨리 마무리 짓고 싶다. 답답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A씨는 19일 고소를 취하했다. 이후 3월 재고소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