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고유정(36·여)씨가 신상공개 결정 이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얼굴은 철저히 가려졌다.
고씨는 6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 1층 진술녹화실에서 변호인 입회 하에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에 입감됐다.
고씨는 경찰서 내부를 이동하는 동안 마스크나 모자 없이 나타났지만,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철저히 가린채 유치장으로 황급히 향했다.
앞서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고유정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 신상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그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 발부 및 범행도구가 압수되는 등 증거가 충분하다”며 “국민의 알권리 존중 및 강력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펜션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제주~완도 해상, 전남 완도군 도로변,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소유의 집 인근 등 세 곳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와 강씨는 2017년에 이혼했고, 아들(6)의 양육권은 고씨가 가져갔다. 이혼 후 고씨는 강씨에게 아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강씨는 면접교섭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초 법원은 강씨의 손을 들어줬고, 이혼 2년 만에 한 달에 두 번씩 아이를 볼 수 있게 됐다. 강씨는 사건 당일 아들을 보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고씨는 남편의 시신을 유기한 뒤 도주했다가 지난 1일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2일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는 고유정의 진술을 토대로 해경에 수색협조를 요청했다. 해경은 함정 6척을 투입해 제주~완도를 오가는 여객선 항로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