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 효과’ 그라운드 밖의 기적, 이슬람 혐오범죄 뚝

입력 2019-06-06 17:10
잉글랜드 리버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오른쪽)가 지난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카 퍼레이드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게티이미지

축구 스타의 힘은 단순한 선수로서의 영향력을 넘어 때때로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거 코티드부아르의 내전을 한동안 멈추게 했던 디디에 드로그바가 그렇고, 현재의 모하메드 살라가 그렇다. 영국 머지사이드의 무슬림을 향한 증오범죄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사이드는 살라의 소속팀 리버풀의 연고지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머지사이드의 증오범죄에 관한 통계자료를 5일 발표했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주내 경찰서 25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2017년 8월을 기점으로 무슬림을 향한 증오 범죄 발생률이 18.9% 감소했다. 2017년 8월은 살라가 리버풀 유니폼을 처음 입은 달이다.

혐오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1500만 개의 트위터 글을 분석한 결과 무슬림 혐오 글이 살라 영입 이후 7.3%에서 3.8%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머지사이드 주민들이 살라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살라 효과’로 명명했다.

본래 머지사이드는 잉글랜드에서 런던과 맨체스터 다음으로 이슬람교도에 대한 증오범죄가 많은 도시였다. 예전부터 인종이나 종교 등을 이유로 한 혐오범죄가 자주 발생해 골머리를 앓던 곳이다. 하지만 살라가 리버풀의 영웅으로 거듭나며 그러한 범죄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6월 리버풀 시장 스티브 로테람은 무슬림 혐오범죄가 줄어든 데 대해 살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통계 자료가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다.

영국의 무슬림 차별 피해자 보호 그룹 ‘Tell MAMA’의 이맘 아타는 “살라 입단 이후 리버풀의 대중들이 바뀌었다. 살라에 대해 차별적 언행을 하지 않고 감탄한다. 이런 감정이 이슬람에 대한 호의적 시선을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출신인 살라는 독실한 무슬림 신자다. 팬들 역시 이를 알고 있다. 리버풀 팬들의 살라 응원가에는 “모스크에 앉아 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모스크는 이슬람 사원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제골을 넣었을 때도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추는 이슬람교 의식 수주드(sujood) 세리머니를 펼쳤다.

곧 리버풀 입단 2주년을 맞는 살라는 잉글랜드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골인 32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 역시 22골로 리그에서 득점왕을 거머쥐며 리버풀의 준우승에 막대한 공헌을 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리버풀 팬으로서는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