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빌드업’ vs 조현우 ‘선방’, 벤투의 선택은?

입력 2019-06-06 16:30
한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왼쪽)와 김승규(오른쪽).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경쟁이 시작됐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김승규, 조현우, 구성윤까지 3명의 골키퍼가 치열한 내부경쟁을 펼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첫 옵션은 김승규로 압축된다. 김승규가 벤투 감독으로부터 받는 특별한 신뢰는 그의 출전 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 벤투호에서 골키퍼 중 가장 많은 9차례 출전을 했다. 벤투호의 첫 시험대였던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전 경기에 나섰다. 반면 조현우는 벤투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게 단 3회에 불과하다. 구성윤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김진현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난 국제축구연맹(FIA) 3월 A매치데이에 처음 선발됐다.

김승규의 최고 장점은 숱한 대표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함이다. 정성룡의 부진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벨기에전에 나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직후 현재까지 대표팀에 차출돼왔다. 전임 감독 신태용 체제에서 835분을 뛰며 대표팀 골키퍼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벤투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뀐 후에도 김승규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벤투 감독은 김승규의 안정적인 빌드업과 발밑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벤투 감독의 철학상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아래서부터 천천히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골키퍼에게도 특별한 발기술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롱킥 정확도와 공격적인 전진 패스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점에서 김승규가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본 J리그에서 뛰며 짧은 패스 축구에 단련이 돼 있다. 이 부분은 아직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3 옵션 골키퍼 구성윤 역시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할 때 데려온 포르투갈 출신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가 김승규를 특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주NFC에서 조현우가 훈련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조현우의 무기는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선방능력이다. 2대 1로 승리했던 지난 3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뛰어난 선방능력을 과시하며 팀의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백업 요원으로 밀렸던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각인시킬 수 있을 만한 활약이었다. 올 시즌 K리그에서도 15경기에서 8골만 내주며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A매치 기록에서 김승규와 조현우의 각기 다른 장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승규는 볼리비아전에서 88.2%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조현우의 콜롬비아전 패스 성공률은 78.9%다. 패스 성공률에서 10%포인트가량 차이가 있다. 김승규는 전진 패스도 2차례나 기록했다. 조현우의 전진 패스 기록은 없다. 콜롬비아 우세로 평가되는 두 상대의 전력 차를 고려해도 김승규가 발밑 기술에서는 수치상 더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조현우는 콜롬비아가 날린 7개의 유효슛을 모두 막아냈다.

벤투 감독은 대회가 아닌 평가전에서만큼은 두 경기 연속 같은 골키퍼를 출전시키는 일은 없었다. 김승규가 첫 경기를 출전하면, 다음 경기는 다른 두 명의 골키퍼 중 한 명이 출전하는 방식이었다. 김승규를 중용하되 다른 골키퍼들에게도 활약할 기회를 줬다.

현재까지는 벤투 감독이 조현우의 선방 능력보다는 김승규의 빌드업 능력에 더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출중한 골키퍼들의 선발 경쟁은 앞으로 벤투호의 경기를 지켜볼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