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실시된 덴마크 총선에서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이 4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게 됐다. 사민당이 승리한 이유는 그동안 우파의 전유물이었던 반(反)이민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덴마크 언론 DR 등에 따르면 총선 개표 결과 사민당을 포함한 좌파 정당 연합이 179석 중 91석을 차지하며 과반을 넘겼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현 덴마크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 연합은 75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국민당은 득표율 8.7%를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돌풍이 불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민당은 유럽 난민 위기가 닥쳤던 2015년 총선에선 21.1%를 얻으며 주목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메테 프레데릭센 사민당 대표는 덴마크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됐다. 올해로 41세인 프레데릭센 대표는 덴마크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다가 두 번째 여성 총리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복지 정책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라며 “복지, 기후변화, 교육, 아이들이 우리가 같이 생각해야 할 문제”고 밝혔다.
사민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결정적 이유는 덴마크 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프레데릭센 대표는 정계 입문 초기에는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지만, 이번 선거 유세에선 강경한 이민정책을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해왔다. 앞서 사민당은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인 부르카나 니캅 착용을 금지하는 현 정부 방침에 동의하기도 했다.
다만 사민당의 반이민 기조는 향후 좌파 정당과의 연정 구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레데릭센 대표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이민과 난민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사민당의 변심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당론을 포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사민당을 포함한 덴마크 주류 정당이 반이민 정책을 사실상 지지하면서 덴마크 내 이민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