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핵심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이적을 암시했다. 에릭센은 손흥민의 동료로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얼굴이 잘 알려진 선수다. 재계약을 차일피일 미뤄온 터라 지난겨울부터 꾸준히 이적설에 휘말려왔는데, 선수 본인 입으로 이적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가 기록한 어시스트 12개는 팀 내 도움 최다 수치. 그의 자리를 메우는 것은 쉽지 않다. 토트넘으로서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영국 더선은 5일 에릭센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에릭센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시기에 있다고 느낀다”며 “토트넘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깊이 존중한다”고 말했다. 에릭센이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이번 여름 내로 그 계획들이 명확해졌으면 좋겠다. 최대한 빨리 일어나면 좋겠지만, 축구에서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라고 웃음 짓기도 했다.
토트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팀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구체적인 팀명도 언급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다. 레알은 황혼기에 접어든 루카 모드리치의 뒤를 이을 선수가 필요하다. 다시 지휘봉을 잡은 지네딘 지단 감독이 에릭센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센은 “레알도 한 단계 높은 팀 중 하나”라며 “다만 그들은 아직 토트넘 측에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적은 다니엘 레비 회장에게 달려있다. 계약이 진행되려면 레알이 토트넘에 연락을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잔류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토트넘에 남지 않을 이유는 없다. 재계약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비 회장에게 은근한 압박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알려진 에릭센의 주급은 7만5000파운드(약 1억650만원) 수준. 프리미어리그 최고수준의 플레이메이커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그로서는 자신이 받는 대우에 불만이 있을 법하다. 리그 내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가 29만 파운드(약 4억2000만원)의 주급을 수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초라하다. 주급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에릭센 4명의 몸값이 포그바 1명과 맞먹는 셈이다.
토트넘과 에릭센의 계약은 내년 여름 종료된다. 에릭센이 끝내 재계약을 하지 않은 채 팀에 남는다면 토트넘은 1년 후 이적료 한 푼 없이 그를 떠나 보내야 한다. 이번 여름이 제 몸값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에릭센은 보스만룰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다른 클럽과 자유롭게 이적에 관한 협상이 가능하다.
송태화 객원기자